12일 부산아시안게임 테니스 마지막 경기인 여자복식 결승이 열린 금정테니스코트. 최영자(농협)의 멋진 백핸드 발리가 상대 코트를 가르는 순간 금정코트를 가득 메운 3천여 부산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치며 환호했다. 믿었던 이형택(삼성증권)이 은메달만 3개를 따내는 데 그치면서 '주최국 노골드'의 위기에 빠졌던 한국 테니스가 소중한 금메달 1개를 품에 안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최영자와 김미옥(양천구청)은 기쁨의 눈물을 터뜨렸고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반대편 코트의 위니 프라쿠샤와 안젤리크 위자야(인도네시아)도 아쉬움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떼어논 당상'이라는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날려버린 뒤 잇따른 부진으로침체됐던 한국 테니스는 이들이 따낸 뜻밖의 금메달 덕분에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동메달 2개의 평년작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협회 내부의 분란과 국가대표팀에 대한 빈약한 지원, 협회와 선수간 알력등 온갖 악재를 극복하고 82년 이후 여자부에서는 단.복식과 단체전을 통틀어 처음나온 값진 금메달이기도 했다. 또 아시안게임에 첫 선을 보인 김미옥은 오른 손목 부상으로 매일 물리 치료를 받아야 했고 최영자도 이번 대회까지 3차례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도 메달 하나 걸지 못했을 만큼 이들은 기대 밖의 선수들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은메달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결승 상대도 인도네시아의 여자단체전 금메달 주역으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프라쿠샤와 위자야. 하지만 최영자와 김미옥은 놀라운 투혼으로 처음으로 금정코트에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했다. 오죽하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을까.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테니스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며 "특히 남자단체전에서 은메달에 그친 이후 팀 분위기가 너무 침체돼 여자들이라도 잘 해야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