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개의 메달이 아쉬운 노메달 국가들에게 태권도가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참가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 네팔, 예멘, 요르단 등 4개국이 태권도에서 소중한 첫 메달을 건져 올렸기 때문. 아프가니스탄의 자마니 로야는 12일 여자 미들급 준결승에서 한국의 최진미에게RSC로 완패했으나 예선 라운드에서 부전승으로 올라온 덕에 행운의 동메달을 조국에선사했다. 네팔에서 온 태권낭자 마가르 레누카와 라이리투도 밴텀급과 라이트급에서 각각 3위에 올라 일부 선수들의 팀 이탈로 실의에 빠져 있던 선수단에 청량제를 제공했다. 특히 네팔 태권도 선수들은 한국인 여성코치 류슬아씨의 지도를 받고 최근 실력이 크게 향상된 덕에 매 경기 선전을 펼치며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물론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단 1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했던 예멘은 남자 핀급의 아흐메드가 예선 라운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를 연파하는 `이변'을 연출, 아시안게임 참가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수확하는 감격을누렸다. 요르단도 남자 라이트급과 밴텀급에서 한국의 이재신, 김향수에게 각각 완패한 알사이피 에야드와 알아스마르가 준결승에 오르기까지 만만찮은 상대 2명을 꺾어 잇따라 동메달을 건졌다. 그러나 태권도에 유일한 희망을 걸다시피 참가한 부탄과 라오스 선수들은 현격한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예선 라운드 초반에 탈락, 메달 꿈을 접어야 했다. 태권도 선수 1명을 보낸 동티모르는 페르난데스 알바세스가 13일 남자 페더급에서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지만 상대들이 만만찮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태권도가 노메달 국가의 `전략종목'으로 떠오른 것은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참가 선수가 적고 투기 종목의 특성상 준결승에만 오르면 3-4위전 없이 2명에게 동메달을 수여하는 등 메달 획득에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 태권도 출전국은 육상 다음으로 많은 35개국이나 됐다. 또 한국인 사범들이 대거 진출해 저변을 넓혀놓는 점도 아시아 각국 선수들 이거의 빠짐없이 참가할 수 있게 한 촉매제로 작용했다. 아프가니스탄 첫 메달리스트 자마니 로야는 "태권도는 동호인 수가 2만명을 넘는 최고 인기 스포츠"라며 "혹독한 탈레반 치하에서도 여성들이 비밀도장에서 태권도를 연마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