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경의 뒤를 잇는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온 김경훈(28.에스원)이 은퇴 무대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장식했다. 김경훈은 12일 남자 미들급(84㎏)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에서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나는 훌륭한 지도자가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며 은퇴 결심을 굳혔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란 선수를 맞아 몸이 안풀리는 바람에 고전했는데 유종의 미를 거둘 수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경훈은 이날 사실상의 결승전인 예선 1라운드에서 한국 킬러인 이란의 카리미요제프를 맞아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접전 끝에 막판 절묘한 돌려차기 기술이 몇차례적중해 1점차로 신승했다. 195㎝의 장신에 스피드를 살린 과감한 돌려차기가 일품인 김경훈은 팀 선배인김제경의 기술을 고스란히 전수받아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선보이며 한국 태권도의대들보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김제경이 허벅지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자 문대성(상무)과 평가전을 벌인 뒤 최중량급에 대타로 출전, 올림픽 금메달을따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김경훈은 이전에도 94년 굿윌게임과 96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1위 자리를 휩쓸어왔다. 그러나 선수생활 내내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공백 기간이 자주 발생했고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부상 재발을 우려해 훈련에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고2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포장마차 등 막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을 돌봐준 어머니께 금메달로 효도하겠다고 다짐해온 김경훈은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금메달을 안김으로써 화려하면서도 힘겨웠던 선수생활을 멋지게 마감하게 됐다. (부산=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