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육상이 중동의 거센 모래바람에 휩싸이며 아시안게임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걱정할만큼 급속하게 주저앉고 있다. 부산아시안게임 육상 4일째 경기가 끝난 10일 현재 45개의 금메달중 31개가 주인을 찾아갔지만 일본이 가져간 것은 단 2개에 불과하다. 중국(금 8개)은 물론이고 인도(금 6개)와 사우디아라비아(5개) 등과 비교해도초라한 성적이다. 일본육상은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명이나 입상하는 등 탈아시아에박차를 가해왔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매 대회 중국에 이어 2인자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98년방콕대회에서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중국(금 15개)과의 격차를 3개로 줄여 이번 대회에서는 내심 아시아 육상 최강국으로 발돋움할 청사진마저 그리고 있었다. 이처럼 꿈에 부풀어있던 일본이 중국 추월은 커녕 2인자 자리도 수성하지 못한가장 큰 이유는 사우디와 카타르 등 중동세 돌풍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따낸 5개의 금메달중 트랙에서 일군 4개는 모두 일본이 우승을 자신하던 종목이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스프린터 아사하라 노부하루가 남자 100m에서 자말 알 사파르에게 발목을 잡혔고 400m허들에서는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 다메스에 다이가역시 사우디와 카타르 선수에 밀려 동메달에 그쳤다. 또한 남자 5000m와 10000m는 일본의 전통적인 강세 종목으로 무난한 우승이예상됐지만 두 종목 모두 사우디의 마크흘드 알 오타이비에 금메달을 내줬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사우디의 돌풍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자기 기록만 내면 금메달이 충분한 선수들이 너무 지쳐 제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는데 있다는 지적이다. 아사하라나 다메스에 등은 지난 3월부터 유럽과 일본의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부산에 왔던 것. 또한 남자 포환던지기의 무로후시 고지도 워낙 월등한 기량이라 금메달은 문제없었지만 기록은 턱없이 안좋았던 것에서도 정상급 선수들의 피로 누적을 확인할 수있다. 반면 남자 200m에서 금메달을 안긴 스에츠구 신고는 아직 유럽에서 본격적으로활동하지 않는 신예라 이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사와키 게이스케 일본 육상단장은 "중동세가 워낙 강해 성적이 예상보다 안좋다"면서도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을 목표로 젊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고 그들에게는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위했다. (부산=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