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육상이 남자 800m에서 아시안게임 5연패에 실패한 것은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자 800m는 트랙 종목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이 육상 전종목을 통틀어 유일하게 아시아신기록을 보유하며 정상을 지키고 있는 종목이었다. 지난 86년 서울대회에서 김복주 현 한체대 교수가 금메달을 딴 이래 90년에 김봉유, 94년과 98년에는 이진일이 2연패에 성공하며 지난 16년간 아성을 지켜왔다. 특히 4개 대회에서 출전한 두 명의 선수가 모두 3위 이내에 들 정도로 막강한위세를 과시했다. 한국이 유독 이 종목에서 강세를 보인 것은 중국과 일본이 단거리와 장거리에몰두하고 있는 사이 틈새를 파고든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은퇴한 금메달리스트들이후배를 착실히 키워왔기 때문이다. 김복주 교수가 김봉유를 가르쳤고 이진일도 이 두 선배의 지도아래 지난 94년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아시아신기록(1분44초14)을 세우는 등 90년대 최강자로 군림한 것. 하지만 99년 이진일이 은퇴 뒤 개인사업에 뛰어들면서 금메달리스트가 지도자로나서는 전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 김봉유 코치도 지난 2000년 개인 사정으로 육상계를 떠났고 김 교수는 마라톤 유망주 육성에 집중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해줄 마땅한 지도자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부터 이 종목을 전략종목으로 선정해 집중적인 투자를 해온대한육상연맹은 정상 수성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러시아에서 코치를 영입했다. 연맹은 지난 2년간 트랙 종목중에서는 유일하게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동안 축적해온 훈련 노하우는 고스란히 사장됐고 이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은 두 명이 결승에 진출해 치밀한 작전으로 금메달을 일궜는데 이번에는 이재훈이 준결승에서 맥없이 탈락하면서 김순형 혼자 결승에 올라 이렇다할 힘 한번 못써보고 정상을 내줬다. (부산=연합뉴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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