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23.LG화재)가 예전같지 않다. 신진식-김세진(이상 삼성화재)의 뒤를 이을 한국배구의 차세대 거포로 통하는 이경수는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채 겉도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경수는 지난해 LG화재와 몰래 자유계약을 맺고 실업에 입단해 배구판을 흔든 장본인. 드래프트 규약을 어겨 졸업과 동시에 선수자격을 잃은 그는 대한배구협회를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을 통해 자격을 일시 회복해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온갖 잡음 속에서 병역면제의 기회를 잡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 일색이다. 올 여름 LG화재 소속선수로 브라질 전지훈련에 다녀왔고 지난달 초에는 네덜란드로 건너가 대표팀간 친선경기도 가졌으나 예전과 같은 파괴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 졸업 후 약체 인도와 가진 첫 실전 경기부터 실망의 연속이다. 예전의 그답지 않게 서브미스 3개 등 잇단 수비범실에 블로킹 실점을 허용한 이경수는 카타르,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여전히 몸이 무거운 듯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코칭스태프의 속을 썩였다. 8일 마카오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선 한국의 `구멍'으로 지목된 탓인지 상대의 목적타에 시달리기도 했다. 배구선수의 기본인 서브리시브가 불안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폭발적인 타점이 크게 떨어진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실업에 가더니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뒷말과 함께 약체를 상대한 예선에서의 기량으로는 일본, 중국과 격돌할 토너먼트에서 선발로 나서기 어렵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실업팀 관계자는 "LG화재가 이경수의 선수자격 완전회복을 볼모로 국내대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이 이경수의 경기력 저하와 무관치 않다"고 색다른 주장을 폈다. 이경수에 대해서만 말을 극도로 아끼는 코칭스태프는 "컨디션 회복도가 80% 수준이라고 하지만 몸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졌다"며 답답하다는 표정들이다. (부산=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