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슬링이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획득하며 '효자 종목'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한국은 간판 김인섭(삼성생명)이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굴리며 순항을 예고하더니 강경일(60㎏급.삼성생명), 김진수(74㎏급.주택공사)가 금을 보탰고 바통을 받은 문의제(84㎏급), 백진국(66㎏급.이상 삼성생명), 조병관(74㎏급.한국체대) 등 자유형 전사도 금행진에 가세했다. 한국은 사실 내부적으로 그레코로만형 2개, 자유형 2개 등 4개의 금메달을 딴다는 조심스런 목표를 세웠었다. 98년 방콕에서 7개의 금을 수확한 한국이 목표를 하향 조정했던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올 1월부터 국제레슬링연맹이 기존 8개이던 체급을 7개로 줄이면서 체급을 전면개편, 금 수확을 장담하지 못한 데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기량이 급상승했고 전통적인 강국 중 하나인 북한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또 레슬링계의 오랜 내분으로 돈줄인 삼성그룹의 지원 규모가 매년 줄어들면서 지난해의 경우 상비군과의 합숙 훈련도 못하는 등 어려운 여건도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2개만 건져도 다행이라는 비관적 견해도 던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 레슬러들의 투혼은 넘쳐났고, 금잔치를 벌이며 '코리아'의 힘을 마음껏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백진국과 조병관은 무명 생활을 청산하며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자유형)도 분위기에 편승, 3명이 출전해 이나래(55㎏급), 강민정(72㎏급.이상 평창군청)이 은메달 1개씩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선수들의 놀랄만한 선전은 홈 이점도 작용했겠지만 레슬링계의 변화에 힘입은바 크다. 천신일 전 회장이 다시 대한레슬링협회 수장직에 오르면서 흐트러졌던 조직이 융합됐고 방콕대회(1천만원)를 훨씬 웃도는 포상금을 주겠다는 약속에 사기가 한층 고조된 것이다. 또한 협회가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경품 페스티벌'로 구름 관중이 경기장에 몰린 것도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낸 요인이었다. 다만 한국이 강세를 보였던 남자 최경량급(그레코로만형.자유형 각 55㎏급)에서 메달을 건지지 못한 것은 숙제로 남았다. 레슬링계는 이번 대회에서의 목표 초과 달성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전망이 밝아졌다며 크게 고무돼 있다. (양산=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