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축구의 맹주로만 인식되던 사우디아라비아가부산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육상의 '슈퍼파워'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첫날 남자 10,000m에서 알 오타이비가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틀째인 8일에도 남자 400m허들과 `아시아의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남자 100m를 석권, 부산 사직벌에 거센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100m에 출전한 자말 알 사파르가 아시아 첫 9초대 진입을 노리던 아사하라 노부하루(일본)를 0.05초차로 가볍게 따돌리고 1위로 골인한 것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최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육상의 돌풍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안팎의 주장이다.

4년 전 방콕대회에 불참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90년대 들어 정부의 기초종목 육성 및 발전 계획을 마련해 정부 차원에서 육상에 대해 전폭적인 투자를 해오고있다.

꿈나무로 뽑힌 선수에게는 대학 졸업 때까지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고 국내 대회에도 막대한 우승 보너스가 걸려있을 정도다.

`오일달러'도 사우디의 돌풍을 있게 한 동력으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모리스 그린(미국)과 아토 볼든(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인간탄환'들을 키워낸 스프린트의 명지도자 존 스미스(미국)의 경우 92년부터 사우디대표팀단거리의 자문역으로 있다.

스미스의 사우디육상 발전 프로그램에는 러닝, 스트레칭, 웨이트, 수영 등 기본적인 것 외에 컨디션 조절과 비디오 분석, 식이요법에다 심지어 기자와 인터뷰하는자세와 요령까지 들어있다.

스미스를 포함한 코치진의 능력도 실로 막강하다. 육상팀에는 종목마다 전문코치가 있으며 특히 12명의 코치 모두 현역 시절 이름을 날렸던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출신으로 400m를 담당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시메노프 코치는 "우수한선수를 뽑은 뒤 적절한 투자와 함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실시하면 당연히좋은 성적이 나오는 법"이라고 강조하면서 알 사파르의 100m 우승이 "예상했던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86서울아시안게임 800m 우승자인 김복주 한체대 교수는 "사우디는 모로코 등아프리카 북부 국가들의 육상 강세에 자극을 받아 10년 전부터 육상에 천문학적인투자를 하고 있다"며 "체격이 흑인과 비슷해 몸부터 동아시아인과는 다른 데다 투자가 유효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세계무대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내다봤다.

(부산=연합뉴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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