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탁구의 `북한 징크스'가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유지혜(삼성카드)와 김무교(대한항공)를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 여자탁구가 아시안게임 8강에서 이뤄진 1년 5개월만의 남북대결에서 1-3으로 져 91년 바르셀로나 월드팀컵에서 3-1로 승리한 것을 마지막으로 7연패의 깊은 늪에 가라앉은 것. 여자탁구는 이에리사(용인대 교수)와 정현숙(단양군청 감독)이 73년 유고 사라예보 세계선수권에서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누르고 한국 구기사상 최초로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사라예보의 신화'를 일구며 국제무대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환상콤비' 이-정을 앞세운 한국은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고 양영자가 바통을 잘 넘겨받아 82년 스웨덴오픈부터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까지 북한과의 3차례대결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그러나 명콤비 은퇴 후 전력이 약화된 한국은 84년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북한에 2-3으로 아깝게 패했고 85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86년 아시아선수권까지 3차례의 남북대결에서 모두 무릎을 꿇어 상대전적에서 3승3패의 균형을 이뤘다. 이런 상황에서 `피노키오' 현정화(마사회 코치)의 출현은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현정화가 가세한 한국은 2년 후 이뤄진 88년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북한을 3-1로 이겼고 90년 월드팀컵 준결승에서 0-3으로 완패했지만 91년 11월 바르셀로나 월드팀컵까지 4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상대전적에서 북한에 8승4패의 우세를 유지했다. 남북은 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에서는 역사적인 단일팀 구성에 합의, 현정화와 북한의 에이스 이분희의 맹활약속에 여자단체전 금메달의 쾌거를 이룩했지만 이것은 한국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10년 넘게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 부진의 신호탄이었다. 이듬 해(92년) 5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렸던 그랑프리대회 3-4위전에서 한국은 0-3으로 완패했고 9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에서도 북한에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여자탁구는 `쌍두마차'였던 현정화와 홍차옥이 94년 2월 동반 은퇴했고 이렇다할 에이스를 찾지 못해 95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과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도 북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국제오픈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전력이 크게 좋아진 한국은 지난 해 5월일본 오사카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남북대결이 성사됐지만 유지혜와 김무교가 북한에이스 김현희에게 맥없이 져 1-3으로 패했다. 또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년 5개월만에 다시 북한에 설욕할 기회를 잡았지만 유지혜와 김무교가 이번에도 김현희에게 잇따라 무너지는 악몽을 되풀이했고 역대상대전적도 8승11패의 열세에 놓이게 됐다. (부산=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