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연 북한 사격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북한에서 이른바 `날치기'로 불리는 클레이 종목에서 중국에 충분히 맞서거나 오히려 앞설 수 있는 전력을 선보여 사격에서 중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 것으로보인다. 부산아시안게임 사격 첫날 경기가 벌어진 2일 북한은 여자트랩에서 단체 금메달과 개인 은, 동메달을 따내 앞으로 남은 남자 트랩과 남녀 더블트랩, 스키트 등 클레이 종목에서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이날 여자트랩의 박영희와 리혜경이 비록 2,3위에 그쳤지만 중국의 에이스 가오이와 마지막 1발을 쏠 때까지 숨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장광남 북한 클레이 감독은 "국제무대에 오랜 만에 나서기 때문에 성적을 쉽사리 가늠할 수 없었다"며 "일단 첫 날 금.은.동을 하나씩 땄으니 결과에 만족한다"고말했다. 개인전 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박영희와 리혜경은 "단체전에서는 꼭 이기겠다는결의가 충만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며 "다음 경기에선 개인전도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북한은 지난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비공인 세계타이기록을 세우는 등 각종국제대회를 휩쓸어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은 여자 스키트의 박정란이 건재하고 북한10대 최우수선수에 든 남자 스키트의 간판스타 박남수가 버티고 있어 오는 7, 8일클레이 종목에서 1-2개의 금메달을 더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박영희와 리혜경도 이날 트랩 본선에서 중국 선수들을 2∼3점차로 앞서는 등컨디션이 좋아 더블트랩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당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북한 사격은 지난 72년 뮌헨올림픽 소구경소총에서 첫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리호준과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권총 7관왕의 신화 서길산(현 대표팀 권총감독) 등 슈퍼스타를 배출하며 70, 80년대 사격 신화를 구축할 정도의 세계적 수준을 뽐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한 권총에서도 남은 경기에서 선전할 경우 북한 사격의 신화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어느 정도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