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가 좋아 일본에 귀화했고 지금 이 순간 너무행복합니다" 한때 한국국가대표로 활약하다 지난해 10월 일본 귀화 후 부산 아시안게임에 일장기를 달고 출전, 남자 81㎏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재일동포 4세 추성훈(27.일본이름 아키야마 요시히로)은 우승 소감을 이렇게 짤막하게 말했다. 추성훈은 이날 결승에서 그동안 2승2패의 호각세를 이뤘던 안동진(경남도청)에판정승을 거두고 매트에서 껑충 뛰어오른 뒤 두 손을 불끈 쥐었고 일본 응원단은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매트에서 내려가자마자 부모가 응원하던 일본 관중석으로 달려가 손을 들어 인사했고 일본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도 시종 밝은 모습으로 금메달의 기쁨을일본말으로 또박또박 전했다. 한국 기자들에게는 서투른 한국말로 "지금 이 순간 나를 낳아준 부모님께 너무감사드린다. 유도때문에 귀화했으니 한국 팬들도 계속 나를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않았다. 한일 양국 관중과 취재진의 높은 관심속에 진행된 이날 결승 매트에서 추성훈은다른 복잡한 상념은 접어둔채 오직 유도와 이기는 것만을 생각하며 경기에 전념, 대망의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차례로 금메달을 안긴 얄궂은 운명의 순간이었다.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지난 해 아시아선수권 남자유도 81㎏급에서 금메달을땄고 일본 귀화 후 일본 대표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역시 같은 체급에서 금메달을목에 걸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유도명문 긴키대 시절 전국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던 추성훈은 지난 74년 한국 전국체전에 재일동포 대표로 출전했던 아버지 추계이(52)씨의 뜻에 따라 한국행을 선택했다. 98년 4월 부산시청에 입단,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당시 체급 최강자이던 조인철(은퇴.용인대 전임강사)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난 해우여곡절끝에 국가대표 2진에 발탁돼 몽골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그해 7월 다시 조인철의 벽에 막혀 독일 뮌헨 세계선수권 출전이 좌절됐지만 3개월 뒤 열린 충남 전국체전(10월) 결승에서 조인철을 밧다리후리기 유효로 매트에눕히고 체급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원했던 추성훈은 특정대학을 중심으로 한한국 유도계의 텃세에 대한 염증까지 겹쳐 일본 귀화를 조건으로 실업팀인 헤세 간사이에 입단, 3년 7개월여의 한국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1월 열렸던 후쿠오카오픈에서 우승한 뒤 일본 국가대표로 발탁돼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결국 두 나라를 오가며 금메달을 안기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됐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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