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때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부산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서클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팀 주장 유동영(26.울산시청)의 말처럼 한국이 동남아 국가의 전유물이었던 세팍타크로에서 종주국태국을 누른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전통 운동인 세팍타크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15세기부터폭넓게 즐겨온 것으로 알려져 500년이 넘는 역사가 있지만 한국에 들어온 것은 불과15년전인 1987년이었다. 88년 협회가 창설되고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부터 배구와 비슷한 방식인 레구가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남자부에 선수도 출전시켰지만 98년 방콕아시안게임까지 메달권 진입은 커녕 본선진출조차 어려웠다. 여자부는 사정이 더욱 열악해 지난 97년에야 대표를 뽑기 시작,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민게 불과 5년밖에 안됐지만 남자 금메달에 앞서 펼쳐진 서클경기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딴 것.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대표적인 비인기종목인세팍타크로는 정부로부터의 지원 또한 적을 수밖에 없었다. 태국 등 대부분 참가국들이 6명의 전문 원형선수를 따로 둬 남녀 각 18명의 선수단을 출전시킨 반면 한국은 선수층이 얇은 이유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원형선수를 레구와 단체전에도 출전시켜 남녀 각 12명으로 이뤄졌다. 더욱이 이 중 6명만이 정식 대표선수로 인정돼 훈련비 등이 보조되며 나머지 6명은 협회가 자체 선발해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또한 유재수 남자팀 감독이 김제에서 교사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촌에 들어갈 수도 없어 선수들은 김제에서 촌외 훈련을 해야했다. 역사와 저변에서 뒤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의 지원 또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태국 등 동남아국가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비결은 피나는 노력밖에 없었다. 남자팀은 지난 2년을 하루같이 오전과 오후, 야간으로 나누어 하루 8-9시간씩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땀을 흘렸고 마침내 지난 5월 부산에서 프레대회 형식으로 치러진 세계선수권대회 서클경기에서 태국을 꺾고 우승하며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경기장을 꽉 메운 관중들의 응원에도 긴장하지 않고 집중력있게 경기를펼쳐 평소보다 200점 가량 높은 점수를 얻어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유 감독은 "2년간 노력이 결실을 봤다"면서 "오늘 승리를 바탕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