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남녘 농구팬들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리명훈(35.235㎝)은 노쇠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장신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점프를 하지 않고 링을 잡을 수 있는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 리명훈이 29일 부산금정체육관에 모습을 보이자 한국과 북한 응원단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환영했다. 99년 통일농구대회 때 서울에 왔던 리명훈이 다시 남녘 땅에 발을 디딘 것이다. 리명훈의 이날 성적은 36분 출장에 13득점과 17리바운드. 상대팀 최장신 선수인 206㎝의 압둘 라티프가 골밑에서 아무리 손을 뻗어봤지만리명훈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반칙과 신경전 뿐이었다. 가드의 패스가 그에게 투입만 되면 손을 슬쩍 들어 능청스럽게 공을 림에 밀어넣었기 때문에 압둘라티프와 또 한명의 아랍에미리트 센터 살렘(201㎝) 반칙 작전으로 그를 막았다. 수비에서도 리명훈은 골밑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선수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고 원활한 공격의 걸림돌이었다. 리명훈은 3차례나 상대 선수의 슛을 무지막지하게 쳐냈다. 리명훈은 남북 응원단도 하나로 묶었다. 4쿼터 3분여가 지날 때쯤 리명훈이 발만 살짝 든 '까치발 덩크슛'을 터뜨리자본부석 옆에 자리잡은 북한 응원단 50여명과 맞은 편의 북한 서포터스 '아리랑'과 KTF 응원단 등은 일제히 '리명훈, 리명훈'을 환호했다. 그러나 리명훈은 3쿼터가 넘어서면서 급격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등 체력적인문제점을 노출했다. 지나치게 큰 키 때문에 원래 백코트를 잘 하지 못하는 그였지만 3쿼터 들어서는거친 숨을 몰아쉬는 등 중앙선을 넘기가 벅차 보였고 크게 앞서있던 북한은 3점차까지 쫓기기도 했다. 리명훈은 그러나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다"며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프로농구(NBA)진출은 이제 생각이 없다고 했다. "북남 관계가 잘 되고 통일이 되길 바라는 염원에서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됐다"는 리명훈은 혹시 남쪽에서 뛸 생각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일이 되면 물론 뛰어야죠"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부산=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