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막을 내리는 메이저리그 정규리그에서 한국인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참인 박찬호(29.텍사스)는 이적 첫해인 올 시즌 부진에 몸서리를 친 반면 김병현(23.애리조나)은 자신의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또 최희섭(23.시카고)은 차세대 거포로 인정 받았고 김선우(25.몬트리올)도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내셔널리그 첫승을 신고하며 내년 시즌의 활약을 예고했다. 97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박찬호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박찬호는 지난해말 내셔널리그의 LA 다저스에서 아메리칸리그의 텍사스로 옮겨갈 때만 해도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거액의 몸값과 팀 에이스라는 부담감에다 부상까지 겹쳤고 대타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의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 28일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패전을 기록, 6년 연속 두자리 승수 달성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켜보겠다는 꿈도 이루지 못하고 9승8패에 방어율 5.75의 저조한 성적으로 이적 첫해를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내년에 30대로 접어드는 박찬호로서는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 다가올 겨울동안 훈련에만 전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29일 동시에 출격해 완벽한 마무리에 홈런과 선발승을 각각 거둔 김병현, 최희섭, 김선우 등 20대 초.중반의 3총사는 미국내 언론들로부터 상당한 찬사를 받았을 정도로 의미있는 활약을 펼쳤다. 이날 현재 8승3패35세이브에 방어율 2.05를 기록중인 김병현은 자신의 종전 최다 세이브 기록인 지난해의 19세이브를 시즌 중반에 이미 넘어섰고 방어율도 데뷔이후 가장 낮아 메이저리그 정상급 소방수로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 애리조나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가을잔치에서도 정규리그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거듭 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올 시즌이 끝난 뒤 시작될 재계약 협상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이날 2점 홈런으로 시즌 2호 홈런을 뽑아낸 최희섭은 48타수 9안타에 타율 0.188로 기록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막강한 파워를 인정받았다. 시카고 코칭 스태프가 시즌 막판부터 신인을 4,5번 중심타자로 선발 출장시키고 있는 것은 최희섭의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부터 꾸준하게 선발로 타석에 들어선다면 중심타자의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보스턴에서 몬트리올로 팀을 옮긴 김선우도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선발로 나와 8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얻어 가능성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의 등판에서 깔끔한 제구력과 위기관리 능력으로 안정감을 줘 풀타임 메어저리거를 예고하고 있다. 봉중근(22.애틀랜타)도 지난 97년 미국으로 건너간지 5년만에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고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