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難兄難弟)' 북한의 참가로 열기가 더해가는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남북한 선수들의 대결이 예상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바디를 제외한 37개 종목에 출전하는 남한과 16개 종목에 출전하는 북한의 피할 수 없는 대결 중에서 접전이 예상되는 종목은 탁구 여자복식과 레슬링, 유도, 복싱. 탁구 여자복식에서는 남한의 유지혜-김무교조와 북한의 김현희-김향미조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유지혜와 김무교는 지난 2000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짝을 이루기 시작해 올림픽동메달을 따냈고 2001 카타르오픈에서는 우승트로피를 차지하면서 국내 최강의 복식조로 떠올랐다. 왼손 셰이크핸더 올라운드 전형으로 행동 반경이 넓고 파워가 좋은 김무교와 오른손 셰이크핸더 전진속공형인 유지혜는 `만리장성' 중국을 넘기 위해 반드시 북한의 김현희-김향미조를 꺾어야 한다. 이에 맞서는 김현희와 김향미는 각각 왼손과 오른손 셰이크핸더지만 전진속공에뛰어난 공격지향적인 전술을 구사한다. 지난 해 카타르오픈 결승 맞대결에서는 유지혜-김무교조가 2-1로 이긴 적이 있어 북한으로서는 이번 대회가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5㎏급에서는 남한의 정지현과 북한의 강용균의 빅카드가 기다리고 있다. 정지현은 여태껏 지존의 자리를 지켰던 심권호와 하태현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보란 듯이 따낸 `샛별'이다. 무서운 파워로 상대를 제압하는 정지현은 세기가 부족하고 큰 대회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쟁쟁한 국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표선수의 자리에 오른 만큼 금메달을 양보할 수 없다는 각오다. 심권호 때문에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에 그치는 등 '아시아 2인자'로 밀려 있었던 강용균도 정지현의 상대로 간접적으로 한을 풀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도 73㎏급에서는 남한의 최용신과 북한의 박철수의 대결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지난 해 코리아오픈 우승, 파리.독일오픈에서 2위에 오른 최용신은 주특기인 허벅다리 후리기를 앞세워 금메달을 노린다. 더욱이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나카무라 겐조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금메달을 따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왔다. 북한의 최철수는 중량급 에이스 곽억철이 은퇴한 뒤 나타난 다크호스다. 국제대회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입국한 뒤 연습에서 보여준 뛰어난 메치기 기술과 강인한 체력은 금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8㎏)에서는 2001동아시아대회 챔피언 김기석(남한)과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은철(북한)의 대결이 볼만한다. 몸놀림과 푸트워크가 빠르고 스트레이트가 좋은 김기석은 파고드는 기술도 겸비하고 있어 98년 방콕대회 `노메달'의 수모를 씻어줄 기대주로 꼽히고 있고 왼손잡이김은철도 `복싱 강국'의 전통을 이어갈 태세다. (부산=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