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문을 연 부산아시안게임 선수촌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면서 입촌한 선수과 자원봉사자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만가고 있다. 최근 선수촌에 입촌한 한국 선수단 소속 선수들은 선수촌 내 음식에 대해 묻자 금방 불만을 쏟아냈다. 잡채는 쉰 듯한 냄새가 나서 먹기가 곤란하고 음식이 간이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제대로 익지 않거나 아니면 퉁퉁 불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음식의 질이 태릉선수촌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는 이들은 게다가 한국 음식은 목요일 저녁에만 나와 "진짜 우리가 홈팀이 맞냐"고 따지듯 물었다. 숙소 내부의 시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불은 군용마크가 생생하게 찍혀있는데 품질이 일반 침구류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매트리스와 베개도 편히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다는 것. 게다가 안에는 텔레비전, 냉장고 등 편의시설을 갖춰놓지 않는 바람에 선수들이 안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밖에서 방황하기 일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비를 들여 텔레비전과 냉장고 4대씩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일본 선수단을 부러운 듯 바라봐야 했다. 수송 문제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저녁에는 메인미디어센터가 설치된 벡스코(BEXCO)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40분이 넘게 오질 않아 버스를 기다리던 자원봉사자 등 20여명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또 선수들이 몰려들어 새벽 2시에나 일이 끝나는 등록센터 소속 자원봉사자 20여명도 대부분 수송버스가 9시 30분이면 운행을 멈추는 까닭에 먼거리를 걸어나가 자비로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하는 형편이다. 축구장과 BEXCO의 정전 사고 등 끊임없는 사고도 선수촌을 빗겨가지 않았다. 25일에는 선수촌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선수촌 직원에 의해 구출되기도 했고 23일에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갑자기 지하로 추락했으나 안에 탔던 통역요원 5명은 다행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120동 등 4개동을 모니터링하는 경비실의 모니터 4대 가운데 2대는 하루에도 몇 번씩 꺼졌다가 재시동되는 탓에 담당 경비원은 "최신 제품인데도 이 모양"이라면서혀를 끌끌 찼다. (부산=연합뉴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