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 펜싱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검객'으로 우뚝 선 김영호(31.대전도시개발공사)가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손에 넣겠다며 전의를불사르고 있다. 펜싱 플뢰레는 오는 29일 오후 8시 대회 개막과 동시에 결선을 시작해 가장 먼저 금.은.동메달의 주인을 가려낸다. 따라서 이 종목은 대회 첫 금메달이라는 상징성과 앞으로 남은 경기에 참가하는각국 선수단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메달 경쟁이 그 어느 종목보다 치열할전망이다. 아시아 13개국이 참가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한국에서는 김영호가 버티고 있다. 그는 올림픽후 유명세를 타고 각종 매스컴과 단체에 불려다니느라 거의 1년간검을 놓다시피 했으나 최근 1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시드니올림픽 당시 컨디션의 90%를 회복했다. 김영호는 올림픽후 훈련부족으로 지난 7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2강에서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40여일간의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순발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상대의 뒤편 어깨를 찍어버리는 `쿠페' 기술이 살아나고 있어 경기 당일에는 정상의 컨디션을유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가장 큰 적수는 지난 10년간 김영호와 함께 아시아 정상을 다투었으며 한 때 세계랭킹 8위까지 올랐던 중국의 왕하이빈. 왕하이빈은 지난 96년 A급 국제대회에서 김영호와 처음 만나 승리를 거둔후 98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김영호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베테랑이다. 그러나 지난 98년 독일컵대회와 99년 유럽오픈대회에서는 김영호에게 패하는 등상대전적에서 2승2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에 처음 중국 국가대표에 선발된 장지에도 무시못할 상대다. 장지에는 지난 7월 세계선수권대회 예선리그에서 김영호에 패했지만 4강까지 진출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영호가 변칙공격에 대한 수비가 약하고 공격일변도인데 비해 장지에는 신인답지 않게 변칙기술에 능해 허를 찔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호는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경기 당일 실수를 최대한 줄인다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성과가 금메달로 꼭 나타나리라 믿는다"며 "지난 대회의 패배를설욕하기 위해서라도 왕하이빈을 꺾고 말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국은 이날 또 펜싱 남자 플뢰레에 바로 이어 열리는 펜싱 남자 에페에서 지난7월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 이상엽(30.부산시체육회)과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구교동(30.울산시청)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 종목에는 중국의 자오강과 왕레이가 나서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6대4 정도로 앞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한국은 개막일 2개의 금메달이 걸린 펜싱종목에서 `금노다지'를 캘 가능성도 높다. (부산=연합뉴스)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