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김남일(25.전남 드래곤즈)이 길었던 `방황'의 시간을 딛고 첫 공격포인트와 함께 오랜만에 제 성능을 선보였다. 월드컵에서 최고스타로 부상했지만 이후 악재가 겹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김남일은 18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선두 성남 일화와의 프로축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5경기째 만에 첫 공격포인트를 낚았다. 김남일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29분 성남 신태용의 패스를 가로채 골지역 왼쪽에서 도사리고 있던 신병호에게 지체없이 정확한 땅볼패스를 시도, 천금같은 동점골을 도운 것. 정규리그 출격을 앞뒀을때 "도움왕 타이틀이 목표"라고 밝혔던 김남일은 앞선 경기까지 단 하나의 어시스트도 기록하지 못해 머쓱했지만 이날 성남의 연승행진을 차단한 결정적인 도움 하나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한 김남일은 이 어시스트 외에도 월드컵때 보여줬던 끈질긴 수비력을 선보이며 성남 미드필더들의 볼배급을 잘 차단했고 후반 16분에는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도 날리는 등 정상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월드컵때 입은 발목부상 때문에 지난달 11일에야 올해 정규리그 신고식을 치렀던 김남일은 지난달 25일 안양과의 경기에서 안드레와 다툼끝에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과 함께 출장정지를 당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 와중에 김남일이 출장정지 기간을 포함해 4경기에 결장하는 동안 아시안게임 대표차출과 월드컵 스타들의 해외진출 등 흥행상의 악재가 생기면서 프로축구 관중수가 정규리그 초반에 비해 절반도 못미칠 만큼 떨어졌다. 하지만 김남일은 이날 귀중한 어시스트를 해 냄으로써 프로축구에 등을 돌리던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깊이 각인시키며 막판 대활약을 예고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남일은 어시스트 상황에 대해 "(신)태용이형의 패스를 차단한 순간 문전에 있는 신병호 밖에 보이지 않아 지체없이 패스했다"며 "초반에는 성남 선수들의 압박때문에 힘들었지만 후반들어서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또 "월드컵 이후 쏟아지는 기대로 부담을 많이 느껴 힘들었는데 오늘의미있는 어시스트를 잡은 것 같다"며 "체력적으로도 완전한 상태에 올라와 있는 만큼 팀이 성남을 잡고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성남=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