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초특급 태풍'이 한반도는 물론 일본 열도마저 삼켜버렸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유성삼성화재연수원에서 벌어진 제7기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에서 무려 6명의 기사를 8강에 진출시키는 초강세를 보였다. 중국의 노도와 같은 기세는 지난 4일 일본에서 벌어진 제1회 도요타덴소배까지 이어져 3명의 기사가 4강에 올랐다. 반면 이 두 세계대회에서 일본기사들은 전멸했다. 또 그동안 세계대회만 열렸다 하면 우승컵을 독식(17연속 우승)하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한국의 독주체제도 중국의 강력한 견제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중국의 강세는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이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중국 '10소호(小虎)' 중 선두 주자인 후야오위 7단에게 1백58수 만에 백 불계패하면서 일찌감치 예고됐다. 이 9단은 올 봄 중국리그 데뷔전에서도 후 7단에게 패한 바 있다. 유창혁 9단은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1백90수 만에 뼈아픈 역전 불계패를 당했다. 양건 6단과 박영훈 3단도 중국의 뤄시허 9단과 차오다위안 9단에게 걸려 각각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특히 중국의 중견기사로 한물 간 것으로 평가되던 차오 9단은 32강전에서 이세돌 3단을 격파한 데 이어 이날 박 3단까지 꺾음으로써 '한국 신예 킬러'로 부상했다. 대국 당시 한국 검토실에서는 전원 탈락의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막판에 조훈현 9단과 최명훈 8단이 펑첸 5단과 장원둥 9단을 잡아 체면을 지켰다.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은 한국과 맞대결에서 4승2패로 완승을 거뒀다. 도요타덴소배에서도 한국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16강전에서 한국은 조훈현 9단,이세돌 3단,박지은 3단이 왕레이 창하오 위빈 등 3명의 중국기사에게 걸려 모조리 탈락하고 말았다. 유 9단도 8강전에서 위빈에게 패했다. 이창호 9단만이 살아남아 가까스로 4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창호-위빈,창하오-왕레이 간의 대결로 펼쳐지는 준결승전은 6일 일본기원에서 속개된다. 한 바둑관계자는 중국의 급부상에 대해 "지난해부터 도입한 국내 리그의 활성화로 기사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데다 최근 젊은 기사들을 중심으로 한국바둑에 대한 대비와 연구가 치밀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