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트레이드마크인 갈기머리를 힘차게 흔들며 LG의 뒷문을 확실하게 지키던 '야생마' 이상훈(31)의 위력이 최근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이상훈은 4일 열린 한화와의 잠실경기에서 2-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2사 3루에서 이범호에게 동점타를 맞아 팀의 승리를 날려버린 뒤 2사 만루의 역전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행히 공을 넘겨받은 장문석이 추가 실점 없이 막아 이상훈은 패전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4강 싸움으로 1승이 아쉬운 팀은 2-2로 비겨야만했다. 문제는 LG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평가받던 이상훈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상훈은 이날을 포함해 9월 들어 등판한 3경기에서 연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시켰다. 전날 한화전에서는 2-2로 맞선 8회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허준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했고 9회에는 자신이 번트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빌미가 돼 추가 실점해 4-3의 역전패를 자초했다. 또한 승패와는 상관이 없었지만 지난 1일 롯데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이상훈은 신명철에게 1점 홈런을 두들겨 맞는 등 2이닝동안 3안타를 허용했었다. 일본과 미국 야구를 거쳐 지난 5월 국내 무대에 복귀한 뒤 전성기에 맞먹는 구위로 그라운드를 휘어잡던 그의 카리스마를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는 것. 이상훈의 페이스가 떨어진 이유는 일단은 체력저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8월 중순까지는 우천 등으로 등판 기회가 적었지만 지난달 말부터는 밀리는 경기가 적었던데다 4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잦아져 어깨에 피로가 누적됐던 것. 이상훈은 지난달 25일 기아전부터 이날 경기까지 팀이 치른 9경기중 7차례나 마운드에 올라 4번이나 2이닝 이상 던졌다. 5위 두산에 3게임차 앞선 4위에 올라있는 LG는 포스트시즌을 향한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힘을 잃은 이상훈 때문에 애가 타게 생겼다. 아직 24경기나 남아있고 특히 절반이 넘는 13경기가 3위 현대(9경기) 및 두산(4경기)과의 맞대결이어서 뒷문을 지켜줄 이상훈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 야구를 거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상훈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찾아온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막바지로 접어든 올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