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서 불었던 중국의 거센 황사바람이 본선에까지 이어졌다. 지난 28일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린 제7기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32강전에서 중국은 8명의 기사를 16강에 진출시키는 강세를 보였다. 13명의 기사를 출전시킨 주최국 한국은 6명이 1회전을 통과했으며 5명이 출전한 일본은 2명만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은 이날 세계 최강 한국과의 11차례 맞대결에서 6승5패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중국의 중견기사 차오다위안 9단은 얼마전 후지쓰배를 제패하며 절정의 감각을 보이고 있는 이세돌 3단을 2백43수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왕위후이 7단도 '농심배 스타'인 최철한 4단을 맞아 2백23수만에 백 6집반승을 거뒀다. 초단 돌풍을 일으키며 나란히 첫 세계무대 본선에 올랐던 박진솔,최문용 초단 역시 중국의 장원둥 9단과 창하오 9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그러나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은 중국 '10소호(小虎)'의 선봉인 치우진 7단을 맞아 중반 대마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뒤 2백25수만에 항서를 받아내고 가볍게 1회전을 통과했다. 유창혁 9단과 조훈현 9단도 각각 중국의 두안룽 7단과 왕시 4단을 상대로 낙승을 거두고 2회전에 합류했다. 한·중 천원전 통합우승자 박영훈 3단은 중국의 위빈 9단을 맞아 2백37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백 반집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가장 돋보인 한국기사는 양건 6단.이창호 9단과 동갑내기(27세)인 양 6단은 그동안 세계무대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날 일본 본인방 타이틀 보유자이자 얼마전 후지쓰배 3·4위전에서 이창호 9단을 격파했던 왕밍완 9단을 2백55수만에 백 4집반으로 꺾는 저력을 과시했다. 일본은 하네 나오키 9단이 '맹장' 서봉수 9단을 꺾고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이 중국의 양이 5단을 제압해 체면치레를 하는 데 그쳤다. 16강전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대진추첨 결과 유창혁 9단이 창하오 9단과,이창호 9단이 후야오위 7단과 각각 격돌하는 등 16강에 오른 한국기사 전원이 중국기사들과 맞붙게 돼 또 한 차례 '반상 한-중전'이 벌어지게 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