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A씨의 아이언 샷이 그린에 기막히게 떨어졌다. 그날 따라 볼은 핀을 향해 날았다. 라운드 초반,A씨는 1.5m 거리의 버디 찬스를 잡았다. 그 거리는 '넣어야 본전'인 찬스! 아무리 경사면 퍼팅이라도 1.5m 버디 거리는 한 라운드에 한두 번 올까말까한 찬스 아닌가. 그러나 A씨의 버디 퍼팅은 아슬아슬하게 홀 아래쪽으로 흐른다. A씨는 생각한다. '옛말에 그른 말 없다니까. 역시 프로사이드로 쳐야 해.볼이 홀 밑쪽으로 흐르니까 확률이 없는 거지…' 프로사이드란 경사면 홀에서 위쪽을 의미하는 것으로,그 쪽으로 치면 볼이 구르다가 힘이 다하더라도 경사의 영향으로 볼이 흘러 들어갈 수 있다. 경기 중반에 A씨는 다시 한번 절호의 버디 찬스를 잡는다. 이번에는 2m 거리. A씨는 '음,이번만은…'하며 전의를 불태운다. 그러나 이번에는 홀 위쪽으로 볼이 빠진다. 경기 초반의 실패를 교훈 삼아 프로사이드로 쳤으나 너무 위를 봤는지 결과는 역시 실패였던 것. 결국 A씨는 그 귀중한 버디 찬스 두번을 '한번은 아래로,한번은 위로' 흘려 보낸 셈.그렇다면 퍼팅이 위와 같이 교차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목표점을 '대충' 정하기 때문이다. 경사면 퍼팅을 할 때 골퍼들은 특정한 지점을 정확히 정해 볼을 굴리기보다 '대충 그 근처'를 향해 볼을 굴린다. '들어가면 좋고,안들어 가면 할 수 없고…'식의 생각인데 그 이유는 스스로도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목표점을 대충 정하면 퍼팅을 미스해도 정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목표점이 명확한데도 실패했다면 그것은 분명 퍼팅라인을 잘못 읽은 것이다. 그러나 목표점에 모호한 감이 있으면 목표 설정이 잘못됐는지,아니면 스트로크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헷갈리게 마련이다. A씨의 경우 역시 첫 버디 찬스 때 목표점이 명확하지 않아 다음 퍼팅 때 '그러면 이번에는 위로 친다'는 식의 흐름이 됐을 것이다. '명확한 목표 설정'은 퍼팅뿐만 아니라 골프 전 분야에서의 핵심 개념이다. 드라이버샷 아이언샷,칩샷,벙커샷 등 모든 스트로크에서 '특정 지점의 명확한 목표'가 존재한다면 그 골퍼는 분명 로핸디 캐퍼임이 분명하다. 골프는 확신의 게임! 골퍼들이 '대충대충' 샷을 하는 이유는 확신,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확신이 없으면 골프도 골퍼를 도와줄 수 없다. 본지 객원전문위원·골프스카이닷컴 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