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11월.제주 중문CC에서 비공식 이벤트로 '조니워커 스킨스게임'이 열렸다. 출전선수는 박남신,그레그 노먼,비제이 싱,데이비드 프로스트였다. 당시만 해도 4명 중 노먼이 네임밸류가 가장 높았다. 그래서 그랬던가. 한 홀에서 그의 볼이 나무 뒤 약 5m 지점에 멈추었다. 그 나무에는 지지목이 4∼5개 있었는데 노먼은 이학 경기위원장에게 "지지목이 플레이선상에 있어 날아가는 볼에 방해가 될 것 같은데 구제받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학 위원장은 "구제받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물론 규칙상으로도 그 상황은 구제받을 수 없다. 노먼은 동양의 '골프 후진국' 경기위원장의 규칙 지식을 시험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것 같다. 그 홀 그린에 가서 느닷없이 "만약 내가 한 손으로 깃대를 잡고 한 손으로 퍼트를 하면 규칙위반이냐,아니냐?"고 물었다. 경기위원장은 노먼의 기대(?)와는 달리 "그 자체는 규칙위반이 아니다"고 정확히 대답했다. 골퍼가 깃대를 잡은 상태에서 퍼트를 할 수는 있다. 단 그러다 볼이 깃대에 맞으면 2벌타를 받는다. 물론 깃대가 안 뽑힌 상태에서 홀아웃해도 볼이 깃대를 맞은 것으로 간주한다(규칙 17조3항). 이같은 장면은 과히 좋은 모습이 아니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성의 있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