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걸핏하면 심판판정과 관련된 시비가 일어나는가 하면 선수들은 상대 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라도 입히겠다는 듯 거친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 또 팬들은 물병 등을 던지며 소란을 피우는 것은 예사가 됐고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02월드컵축구 4강신화를 등에 업고 프로축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이런 혼탁양상이 지속되는 한 기세가 꺾이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걸핏하면 '항의'소동 국내 프로축구에서 심판판정을 둘러 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이후 축구가 르네상스를 맞으면서 심판판정을 둘러싼 항의의 빈도가 훨씬 높아졌고 강도도 훨씬 강해졌다. 지난 18일 성남-대전간 경기에서 페널티킥선언에 항의하며 대전 이태호 감독이 선수들을 라커룸으로 철수시켜 15분이나 경기가 중단된 데 이어 25일 안양-전남 경기도 페널티킥 선언과 관련된 논란으로 20여분간 경기가 진행되지 못했다. 또 감독이 심판에게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려고 하다 다른 심판이나 코치들에 의해 제지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등 '감독들의 항의'가 늘었다. 주장을 중심으로 한 선수들의 항의 차원을 벗어나 코칭스태프까지 가세하는 항의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항의가 난무하는 이유는 심판들의 자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데 있다.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을 통해 수준높은 심판들의 깔끔한 판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감독 및 선수들은 국내 프로리그를 진행하는 심판들의 휘슬소리에 만족감을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심판들의 경우 결정적인 오심을 하기도 했다. 7월 17일 안양-대전과의 경기에서 골라인을 벗어나지도 않았는데도 아웃을 선언한 일이 있었는가 하면 지난 25일 안양-전남전에서는 결정적인 핸들링을 보지 못했다가 거친 항의를 받은 뒤에야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와 별도로 일부 구단은 고의적으로 편파 판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구단으로부터 식사접대 등을 받은 심판들이 그렇지 못한 구단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준다는 `향응설'을 주장하고 있는 것. ▲비신사적인 플레이도 문제 판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플레이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팀 선수들의 부상은 안중에도 없이 깊은 백태클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는 심판들이 함부로 퇴장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이 자리잡고 있다. 나아가 상대선수를 머리로 들이받는 일까지 벌어져 유난히 붕대투혼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올 시즌 특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안양-전남 경기에서 김남일은 안드레와 몸싸움하다 입술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선수들에게서 상대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프로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결책은 없는가? 심판들이 드러내고 있는 한계는 단기간에 치유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외국인심판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심판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경기는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 당연하지만 승리가 최선이 아니라는 발상전환도 필요하다. 반드시 이기지 않더라도 좋은 내용의 플레이를 보여 주면 팬들은 항상 함께 할 것이다. 나아가 프로축구판은 감독, 선수, 팬 등이 어우러져 함께 노력할 때에만 지켜갈수 있고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