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의 이변이었다. 타이거 우즈(27·미국)와 단 2타차였던 무명선수가 최종일 '우즈의 중압감'을 극복하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의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는 95년 골프를 접고 '시간급 7달러'의 카스테레오·휴대전화 세일즈맨일을 했었다. 주인공은 리치 빔(32·미국). 빔은 2주전 더 인터내셔널대회에서 우승했지만,챔피언이름보다는 포인트방식의 대회 명칭이 더 유명할 만큼 알려지지 않은 선수. 94년 프로가 된 뒤 99켐퍼오픈에서 1승을 했으나 지난해에는 '톱10'에 겨우 두번 들 정도로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인물이다. 지난해 총 상금은 46만여달러(랭킹 1백9위)로 우즈가 한 대회에서 벌어들인 것보다도 적은 액수다. 그런 빔이 1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USPGA챔피언십(총상금 5백50만달러) 우승컵 '워너메이커트로피'를 안았다. 4라운드합계 10언더파 2백78타였으며,우즈(9언더파 2백79타)의 추격을 1타차로 뿌리쳤다. 우승상금 99만달러(약 11억8천만원)는 그가 지난해까지 받은 통산상금(1백32만여달러)의 3분의 2를 넘는 거금이다. 생애 2승을 메이저타이틀로 장식한 빔은 우승직후 "나는 잃을 것이 없었다.우승하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꿈만 같다"고 말했다. 최종일 우승경쟁자는 3라운드까지 3타차 단독선두였던 저스틴 레너드(미국),그리고 빔과 우즈 3명이었다. 레너드와 함께 챔피언조로 플레이한 빔은 8번홀(파3)에서 8언더파로 레너드를 1타차로 제치고 단독선두가 됐다. 레너드는 이날 5오버파 77타에서 보듯 선두다툼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후반은 빔과 그 앞조에서 플레이한 우즈의 2파전 양상이었다. 9번홀까지 스코어는 빔이 8언더파,우즈는 7언더파였다. 우즈가 비록 1타 뒤졌지만 우즈의 역전을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겁없는 골퍼' 빔은 우즈의 명성에 주눅들지 않았다. 시종 드라이버를 빼는 등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승부홀은 11번홀(파5·5백97야드). 빔은 드라이버샷에 이어 5번우드로 과감하게 그린을 노렸다. 클럽을 떠난 볼은 그린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벙커 군'을 넘어 홀옆 1.8m지점에 멈췄다. 빔은 그 이글퍼트를 성공하며 우즈와의 간격을 3타로 벌렸다. 갤러리 함성을 통해 빔의 기세를 엿들은 우즈는 13번홀(파3)에서 3퍼트 보기를 한데 이어 14번홀(파4)에서도 그린미스로 보기를 추가,사실상 우승기회를 날렸다. 5타차로 뒤처진 우즈는 15번홀부터 18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추격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빔은 이 코스의 상징홀인 16번홀(파4)에서 10.5m거리의 롱버디퍼트를 성공,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