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골프를 포기하고 휴대전화와 카스테레오 세일즈맨으로 나섰던 무명 리치 빔(32. 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왕좌에 올랐다. 빔은 1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내셔널골프장(파72.7천36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3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타이거 우즈(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워너메이커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99년 켐퍼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올렸으나 3년 동안 팬들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지난 5일 디인터내셔널 제패로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켰던 빔은 2주만에 메이저 타이틀마저 차지, 올 시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빔은 지금까지 3차례밖에 메이저대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으며 그나마 두차례는 컷오프됐고 99년 PGA챔피언십 70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빔의 우승으로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얻어낸 선수는 모두 12명으로늘어나 이 대회가 '메이저 첫 우승자의 산실'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또 빔은 99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폴 로리(영국) 이후 3년만에 메이저대회에서최종 역전극을 연출한 선수가 됐다. 빔은 "내게는 잃을 것이 없었다. 우승하리라곤 기대조차 않았다. 꿈만 같다"며감격을 달랬다. 마스터스와 US오픈에 이어 미국 땅에서 열리는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아메리칸슬램'에 도전했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5언더파 67타로 맹추격을 펼쳤으나 빔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9언더파 279타로 준우승에 그쳤다. 전날 3타차 단독선두로 나섰던 저스틴 레너드(미국)는 샷 난조로 5오버파 77타로 뒷걸음, 합계 4언더파 284타로 프레드 펑크, 로코 미디에이트(이상 미국) 등과공동 4위에 머물렀다. 투어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무명 크리스 라일리(미국)가 2타를 더 줄여 합계 5언더파 283타로 단독 3위를 차지했다. 레너드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친 빔은 시종 공격적인 플레이로 거침없이 타수를 줄여 나갔다. 3일동안 바람과 폭우로 심술궂기만하던 날씨도 화창하게 개이면서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을 도왔다. 레너드가 2번홀(파4) 보기를 범한 덕에 2타차로 타수를 좁힌 빔은 3번(파5), 4번홀(파3) 연속 버디로 마침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우승 경쟁이 빔과 우즈의 2파전으로 윤곽을 드러낸 것은 8번홀(파3). 티샷을 물에 빠뜨린 레너드가 더블보기를 범하며 7언더파로 내려 앉았고 벙커에서 탈출한 빔은 파퍼트가 아쉽게 빗나갔지만 8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나섰다. 앞서 이 홀에서 러프에 빠진 티샷을 멋진 플롭샷으로 건져내 파세이브에 성공한우즈가 7언더파로 1타차까지 추격하면서 우승의 향방은 안개 속으로 빠져 들었다. 레너드는 이어진 9번홀(파4)에서도 보기로 주저 앉아 우승 경쟁에서 떨어져 나갔다. 역전 가능성을 엿본 우즈는 매홀 버디를 노리며 빔을 압박했다. 하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은 빔은 11번홀(파5)에서 과감한 세컨드샷으로 만든 이글 찬스를 놓치지 않아 우즈의 추격을 3타차로 따돌렸다. 빔의 기세에 눌린 우즈는 13번홀(파3)에서 3퍼트의 실수를 저지른데 이어 14번홀(파4)에서는 세컨드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간 것을 홀에 제대로 붙이지 못하면서 1타를 까먹어 사실상 우승 기회를 날려 버렸다. 5타차로 뒤처진 우즈는 14번홀부터 18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추격에 다시 시동을 걸었으나 16번홀(파4)에서 10.6m 짜리 먼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은 빔을 상대로 역전은 불가능했다. 빔은 18번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했으나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차지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올해 52세로 이 대회 최고령 출전자인 톰 왓슨(미국)은 5언더파 67타를 쳐 전날83타보다 16타 적은 타수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번 대회를 포함해 42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필 미켈슨(미국)은 4언더파 68타를 치며 선전했으나 메이저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음을 새삼 확인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