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박정은(25.삼성생명)과 전주원(30.현대)은 각각 팀에서 주장을 맡고있는 맏언니다. 정규리그에서는 무릎 부상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전주원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이미선과 정은순의 공백을 훌륭히 메운 김계령의 그늘에 가린 박정은보다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박정은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종료 직전 팀의 챔피언결정전행을 결정 짓는 극적인 역전 3점슛을 터뜨린 전주원에게 온통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박정은이 집중 수비에 막힌 이미선을 대신해 포인트 가드 역할까지 하며 트리플더블급 활약(17점, 10어시스트, 7리바운드)으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빈 반면 전주원은 단 3득점, 4어시스트에 그쳤다.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에서 매 경기 5점차 이내의 박빙의승부를 펼치던 현대는 전주원의 부진과 박정은의 맹활약이 맞물리자 89-73으로 참패했다. 챔피언 타이틀의 향방을 점칠 분수령이 될 2차전에서 두 선수의 활약에 관심이집중되는 이유다. 더욱이 두 선수는 서로를 수비하는 입장에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지난해 오른 무릎을 수술한 뒤 피나는 재활훈련을 통해 다시 코트에 선 현역 최고참 전주원은 우승에 대한 갈망이 남다르다. 자신은 물론이고 팀의 주전 대부분이 서른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출범 이후 준우승만 4차례 차지하는데 그친 팀의 우승 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박종천 감독도 "1차전에서는 전주원이 다소 소극적이었지만 2차전에서는 패스뿐만 아니라 슛도 적극적으로 쏠 것을 주문하겠다"며 "전주원이 승부처에서 10점정도만 넣어주면 승산은 우리한테 있다"면서 변치않은 믿음을 보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은순이 개인 사정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팀의 주장을맡게된 박정은도 1차전 활약의 여세를 몰아 2차전에서도 팀의 기둥 노릇을 하겠다는각오다. 1차전에서 전반에 현대의 압박 수비에 밀려 고전했듯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 노련한 현대의 작전에 휘말렸을 때 돌파구를 마련할 중책이 그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 박인규 감독은 "박정은이 경험 많은 현대 선수들을 상대하는데 구심점이 된다"면서 "남은 경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