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9월29일부터 열리는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남북한 체육교류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분단 이후 크고 작은 남북체육교류가 있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종합경기대회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원래 국제대회 참가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지만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철저하게 외면해왔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올림픽 사상 최대의 참가국수를 기록한 88년 서울올림픽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는 스포츠를 정치적,이념적 선전수단으로 여겨온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가를 체제의 우월성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탓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3백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전망이어서 지금까지 어떤 남북한 체육교류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선 전국에는 '북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9년 북한 농구스타 리명훈이 통일농구대회 출전차 서울에 왔을 때 우리 국민이 보였던 관심을 감안하면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민적 열기 역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스포츠 변방의 지엽적 대회 정도로 여겨지던 아시안게임이 세계 언론의 눈길을 모으게 될 전망이다. 계속되는 긴장조성으로 최근 세계인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을 한국에 보내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북한사회에 한국의 모습을 알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북한이 참가하는 이상 한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고 자연히 우리의 모습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에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한적 공간에서 소수 인원으로 이뤄지던 남북한 체육교류는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한편 북한은 3백50명 정도의 선수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9월 남한과 친선경기 개최에 합의한 축구를 비롯 농구 탁구 배구 소프트볼 배드민턴 등의 참가 가능성이 높다. 이중 여자축구와 남녀 농구,소프트볼은 전력이 아시아정상권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사격과 유도 레슬링 태권도 복싱 등 남한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 투기종목에도 선수를 대거 파견할 것으로 스포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