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프로야구 다승왕 경쟁이 외국인과 토종 투수간의 자존심 대결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용병투수들이 지난 98년 외국인선수 도입 이후 첫 다승왕 등극에 부풀어 있는반면 토종 에이스들은 타이틀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용병의 대표주자격인 게리 레스(두산)와 마크 키퍼(기아)가 12승으로 다승왕 레이스를 주도했지만 토종의 자존심 송진우(한화)가 1승을 보태 공동선두 대열에 합류했다. 또 다른 토종 임창용(삼성.10승)과 김진우(기아.9승)가 노장 송진우의 외로운싸움을 거들 태세고 용병 빅터 콜(두산.9승)도 선두그룹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용병 `듀오' 레스와 키퍼가 올 해 다승왕 사정권에 보다 근접해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기아에서 방출된 후 올 해초 두산 유니폼을 입은 레스는 공 속도가 130㎞대에불과하지만 면도날 제구력과 예리한 슬라이더와 변화무쌍한 체인지업으로 상대타자를 맞혀 잡는 스타일. 레스는 19경기에 선발등판, 14번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에 3자책점이내)를 기록했을 정도의 안정된 투구로 2000년 대니 해리거(당시 LG)가 세운 외국인투수 최다승기록(17승) 경신을 눈 앞에 뒀다. 지난 달 3일 삼성전 이후 화력 지원을 받지 못해 3경기에서 1패만을 기록했지만막강타선의 방망이가 살아난다면 첫 외국인 다승왕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선두를 독주중인 기아의 `수호신' 키퍼 역시 다승왕의 다크호스. 키퍼는 최고구속이 140㎞를 넘지 않지만 상대타자의 심리를 읽는 두뇌피칭과 현란한 변화구를 구사하는데다 화끈한 팀 타선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토종의 마지막 보루 송진우도 3일 SK전에서 7이닝을 6탈삼진, 4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다승 공동선두 대열에 합류, 92년(19승)에 이은 다승왕 탈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통산 최다승기록행진을 156승으로 늘린 송진우는 36살의 많은 나이에도 완봉승 1번을 포함해 12승의 절반인 6승을 완투승으로 장식하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했고 제구력이 정교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다승왕 후보다. 이밖에 후반기 들어 구위가 좋아지고 있는 `언히터블' 임창용과 탈삼진 1위(118탈삼진)를 질주중인 `슈퍼루키' 김진우도 첫 다승왕 등극에 욕심을 내고 있고 10승을 눈앞에 둔 콜도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