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36)과 박충식(32). 한때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차차 팬들의 뇌리속에서 잊혀져가던 두 노장 투수가 올시즌 화려하게 부활하며 기아의 단독 선두를 이끄는 숨은 공신으로 나서고 있다. 이강철은 21일 열린 현대전에서 3이닝동안 사사구없이 1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빼어난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두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지난 시즌 2승3패1세이브에 머무르며 제몫을 못했던 이강철은 올시즌 팀내 가장 많은 경기(40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5구원승(1패) 2세이브8홀드를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홀드 공동 3위. 역시 부상 등으로 지난 시즌 부진했던 박충식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 3승2패3세이브에 그쳤던 박충식은 올시즌 중간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등판해 3구원승8세이브10홀드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홀드 2위에 구원은 5위. 올시즌 유난히 1점차 승리가 많은 기아의 뒷심도 리오스와 함께 든든한 더블 스토퍼를 구축하고 있는 박충식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올시즌 팀에 없어서는 안될 주축 투수로 돌아온 두 선수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아 더욱 흥미롭다. 박충식이 사이드암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둘 다 오른손 언더핸드 투수인데다 삼성에서 이적해왔고 90년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지만 부상으로 공백 기간을 가진뒤 내리막길을 걷다 올시즌 동시에 부활한 점도 똑같다. 이강철은 89년 데뷔한 이래 98년까지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라는 신기원을 이뤘었다. 하지만 이강철은 99년 무릎을 다쳐 그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삼성으로 팀을 옮긴 2000년부터는 등판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부진했고 결국 지난 시즌도중 기아로 돌아왔다. 이강철과 동향인 광주 출신이지만 93년 삼성에 입단한 박충식은 98년까지 6시즌동안 4차례나 10승 이상을 거두며 사자 군단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특히 데뷔 첫 해인 93년 14승을 거뒀고 그해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당대 최고 투수 선동열과 맞대결을 펼치며 연장 15회를 완투해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혹사당한 팔꿈치는 결국 99시즌을 앞두고 고장났고 그해 단 3경기에 나왔고 2000년에는 아예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한 뒤 지난 시즌 직전 기아로 트레이드됐던 것. 이처럼 닮음꼴의 야구 인생을 걸어오다 나란히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두 노장투수가 호랑이 군단의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도 함께 일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