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8:02
수정2006.04.02 18:05
어니 엘스(남아공)에게 생애 첫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안긴 것은 고비마다 나온 환상적인 벙커샷이었다.
무너질 위기에서 멋진 벙커샷으로 선두를 유지했던 엘스는 서든데스 연장전 첫 홀에서도 벙커샷으로 승리를 따냈다.
2위 그룹을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향해 질주하던 엘스는 13번홀(파3)에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으로 휘면서 그린 옆 깊은 항아리 벙커에 볼이 빠져 버렸다.
191㎝나 되는 큰 키의 엘스가 벙커에 들어서자 벙커턱이 머리끝에 걸릴만큼 깊은 벙커.
탈출마저 쉽지 않을 것 같은 벙커에서 엘스가 친 볼은 가뿐하게 날아 올라 그린에 떨어졌다.
더구나 그린 굴곡을 타고 홀쪽으로 흘러내리더니 1m 앞에 멈췄다.
쉽게 파를 지킨 엘스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심감이 충만했다.
우여곡절 끝에 4인 연장전을 벌여 토마스 르베(프랑스)와 서든데스 연장전에 돌입한 엘스는 또한번 항아리 벙커에 발목을 잡혔다.
18번홀(파4) 페어웨이 중앙에서 친 세컨드샷이 어이없이 왼쪽으로 감겨 그린 옆 깊은 벙커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스탠스조차 잡기가 어려웠다.
왼쪽발은 벙커 속에 집어 넣고 오른쪽 다리는 벙커 밖 러프에 꿇은 자세로 겨우 스윙이 가능했다.
몇차례 연습 스윙 끝에 힘차게 휘두른 엘스의 벙커샷은 그림같이 홀 1m 앞에 붙었다.
티샷을 벙커에 넣은데 이어 세컨드샷마저 벙커에 빠트려 겨우 보기로 홀아웃한 르베가 지켜보는 가운데 엘스는 차분하게 파트를 성공시켰고 천신만고 끝의 우승이 감격스러운 듯 두팔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벙커샷 부문 3위에 올라있는 엘스의 벙커샷 실력이 브리티시오픈 제패의 원동력이었다.
벙커에 빠졌을 때 파를 지켜내는 샌드세이브률에서 엘스는 62%로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67.2%), 미겔 앙헬 히메네스(63.9%)에 이어 3위이며 4위는 타이거 우즈(61.4%)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