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과 사상 첫 그랜드슬램 달성을 꿈꾸던 타이거 우즈(미국)의 야망은 거친 스코틀랜드의 비바람에 쓸려 물거품이됐다. 우즈는 21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골프링크스(파71. 7천34야드)에서 열린 제131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580만달러) 3라운드에서 사상 최악의 스코어인 10오버파 81타로 무너져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우즈는 중간합계 6오버파 219타로 선두 어니 엘스(남아공. 208타)에 11타나 뒤진 공동67위까지 밀려나 사실상 우승의 꿈을 접었다. 이로써 한해에 열린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사상 최초로 달성하려던 우즈의 야심찬 계획도 날아가고 말았다. 72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잇따라 제패한 뒤 브리티시오픈에서 무릎을 꿇어 그랜슬램 달성의 기회를 놓친 잭 니클로스의 비운이 되풀이된 셈이다. 우즈가 이날 기록한 81타는 프로로 나선 이후 6년 동안 한번도 스코어카드에 기재한 적이 없는 최악의 성적. 96년 호주오픈 첫날 79타를 친 것이 가장 나쁜 성적이었던 우즈는 지금까지 한번도 80타를 넘겨본 적이 없다. 우즈의 '충격적 부진'은 악명높은 스코틀랜드의 비바람에서 비롯됐다. 거친 비바람과 뚝떨어진 기온 탓인지 전반 9홀 동안 우즈의 티샷은 단 1차례만페어웨이에 떨어졌을 뿐 번번이 깊은 러프를 전전했다. 1, 2라운드에서 내리 버디를 챙겼던 5번홀(파5)에서 우즈는 러프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다 겨우 5타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고 보기 퍼트마저 실패, 지난해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 이어 1년만에 메이저대회에서 더블보기를 저질렀다. 우즈의 티샷 불안은 경기 내내 계속돼 16번홀까지 더블보기 2개와 보기 7개로무너지고 말았다. 우즈는 17번홀에서 이날 첫 버디를 뽑아냈으나 어느새 선두와의 격차는 11타나벌어졌다. 혹독한 날씨에 무너진 것은 우즈만이 아니었다. 2라운드에서 64타의 맹타를 휘둘렀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콜린 몽고메리도 13오버파 84타를 치는 망신을 당했다. 2라운드 공동선두 5명 가운데 마루야마 시게키(일본), 파드레이그 해링턴(아일랜드), 더피 월도프, 봅 트웨이(이상 미국) 등 4명도 오버파 스코어를 내며 순위가뒷걸음쳤다. 그나마 4오버파 75타를 친 마루야마는 선두 엘스에 3타차 공동3위로 버텼고 76타의 해링턴도 4타차 공동10위를 지켰으나 77타를 친 월도프는 공동14위로 떨어졌고7오버파 78타로 부진한 트웨이는 2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황태자' 엘스는 1오버파 73타로 심술궂은 날씨를 잘 이겨냈다. 전반에만 4개의 보기로 추락하는 듯 했던 엘스는 후반들어서는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4개를 뽑아내 합계 5언더파 208타로 소렌 한센(덴마크)을 2타차로 따돌리고단독선두에 나섰다. 97년 US오픈 두번째 우승 이후 5년만에 메이저대회 정상을 노리게 된 엘스는 특히 최종일 '우즈 공포증'없이 편안한 최종일 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지난 2000년 브리티시오픈을 포함해 지금까지 엘스가 6차례 준우승에 차지한 6차례 대회에서 우즈가 우승자였다. 저스틴 레너드(미국)과 저스틴 로즈(영국)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3언더파 68타의 선전을 펼쳐 합계 2언더파 211타로 공동3위에 올라섰다. 공동3위에는 이밖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토마스 비욘(덴마크), 스콧 매커런(미국), 그리고 노장 데스 스미스(영국) 등이 포진해 최종일 역전을 노리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