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부능선을 넘었으니 이번 고비만 넘기면 그누구도 이루지 못한 정상에 한발짝 더 다가선다. '처녀봉' 그랜드슬램(Grand Slam)을 향해 가는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8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골프링크스에서 힘찬 발걸음을 뗐다. 제131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우승을 겨냥한 '타이거'의 눈매는 어느 때보다매서웠다. 그랜드슬램은 한 해 열리는 4개 메이저대회를 싹쓸이한다는 뜻. 기간과 상관없이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들은 꽤 있었지만 잭 니클로스, 벤 호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마저도 그랜드슬램은 '평생의 꿈'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이제 우즈의 차례가 왔다. 올시즌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제패해 이미 절반을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절반이라도 그랜드슬램 문턱에 다가간 선수는 지금까지 니클로스와 호건, 아놀드 파머, 크레이그 우드 등 4명 뿐이었다. 우즈는 2년 전 24세의 나이로 US오픈을 제패,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뤘고, 지난해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4개 메이저대회를 연속 우승해 '타이거 슬램'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으니 남은 목표는 그랜드슬램이 유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우즈는 30년 전 니클로스와 비견된다. 니클로스는 그해 3연속 메이저 우승에 성공한 뒤 사상 첫 그랜드슬램의 대망을안고 이곳 뮤어필드에 발을 내디뎠지만 리 트레비노에 1타 차로 아쉽게 우승을 내준뒤로는 평생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같은 장소에서 우즈는 대기록의 완성이 아닌 8부 능선에 도전하지만 벌써부터팬들의 시선은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에 가 있다. 니클로스는 "우즈는 어떻게 하면 우승하는 지 알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며 우즈의 우승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우즈는 2년 전보다 자신의 실력이 줄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지만 자신감에충만해있는 게 사실이고 동료 선수들은 여전히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올시즌 마스터스와 US오픈의 주최측에서 우즈를 견제하기 위해 코스를 전면 개조하고도 결국 우승컵을 내준 것을 보면 누구도 우즈를 말리기 힘든 게 사실. 어니 엘스(남아공)와 비제이 싱(피지)은 마스터스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후반 트리플보기를 범하면서 우즈에게 역전당했고, US오픈에서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필 미켈슨(미국)이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지만 역시 적수가 되지 않았다. 특히 깊은 벙커와 길게 자란 러프, 예측 불허의 강풍 등 온갖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뮤어필드링크스코스에서는 정확하면서도 비거리가 긴 샷과 위기 극복 능력을 동시에 갖춘 우즈의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가르시아, 미켈슨, 엘스 등이 우즈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고 콜린 몽고메리(영국)와 싱, 데이비드 톰스, 데이비드 듀발(이상 미국), 닉 팔도(영국) 등이복병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들의 반응은 여전히 두려움 그 자체다. 토마스 비외른(덴마크)은 "여전히 적수는 1명 뿐"이라며 우즈를 지목했고 US오픈 2회 우승자인 엘스도 "아무리 잘해도 우즈는 언제나 날 꺾는다"고 푸념했다. 유럽 투어에서 7차례나 상금왕을 차지한 몽고메리는 아예 "우즈가 우승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무려 15㎏을 감량하며 절치부심했지만 "우즈가 실수할때만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해 이미 체념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대담한 성격으로 우즈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가르시아조차도 "우즈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으로 치고 나올 수 있다"면서 두려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우즈는 평소와 다름없이 경쟁자들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기색이다. 대기록의 길목에서 긴장할 만도 하지만 그는 "흥미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