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홍명보(33.포항 스틸러스)였다. 일본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다 올해 한국무대로 돌아온 홍명보는 13일 포항전용구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콘스와의 2002 프로축구 정규리그 홈 개막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승리와 함께 멋진 복귀무대를 연출, 5년만에 만난 홈팬들에게 기쁨을 줬다.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앞장서 이끈 홍명보의 이날 출전은 지난 97년 5월14일 안양 LG전에 이어 5년2개월만의 무대. 이날 포항구단은 대표팀에서 함께 뛴 김병지와 함께 월드컵에서의 노고를 치하하는 행사를 했을 뿐 별도의 복귀기념 이벤트를 마련하지 않았고 관중석에서도 그를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정규 수용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2만8천여팬들은 한결같이 그의 카리스마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관중들은 이날 홍명보가 볼을 잡기만 하면 숨을 죽인 채 그의 동작 하나 하나를 응시했고 그가 미드필드까지 진출할때면 반드시 결정적인 패스를 날리리라는 기대감으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이날 포항의 전형인 一자 스리백의 중앙수비수로 선발출장한 홍명보는 월드컵이후 휴식이 부족했던데다 지난 9일부터 훈련에 합류한터라 기량을 100%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노련미를 바탕으로 합격점의 플레이를 펼쳤다. 홍명보는 노련한 수비리드로 좌우 수비 고병운과 싸빅을 이끌며 전반 콜롬비아출신 하리의 현란한 돌파력을 앞세운 부산의 집요한 중앙공격을 잘 막아냈다. 홍명보는 부산 최전방 투톱인 마니치와 디디에게 연결되는 패스의 길목을 지키며 수차례 인터셉트를 해냈고 가끔 수비형 미드필더 김기남에게 자리를 맡긴 뒤 미드필드까지 진출해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 `영원한 리베로'의 명성을 확인시켜줬다. 특히 홍명보가 전반 34분께 미드필드에서 윤보영의 왼발 슈팅으로 연결된 결정적인 스루패스를 성공시킬 때와 후반 22분 코난에게 절묘한 땅볼 전진패스를 찔러줄때 팬들의 환호는 극에 이르렀다. 비록 홍명보는 후반들어 다소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하리에게 몇차례 날카로운 돌파를 허용했고 후반 3분 마니치를 놓쳐 동점골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결국 부산의 막판 공세를 실점없이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홍명보는 "기념이 되는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없고 팀이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도록 돕는게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포항=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