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의 거목 전명규(40) 감독이 지휘봉을 놓음에 따라 '포스트 전명규' 시대가 막이 올랐다.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기훈(35)과 이준호(37)가 각각 남녀 대표팀을 지도하게 된 한국 쇼트트랙 선수단은 지난 8일부터 강원도 오대산에서 올 시즌 첫 훈련에 돌입했다. 내년 2월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 등 올시즌 경기에 대비해 김동성(동두천시청)과 고기현(세화여고) 등 남녀 각 6명씩 총 12명의 선수들이 새로운 코치진과 함께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 이달 말까지는 스케이트를 신지 않고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중점을 둔 뒤 내달에는 해외 전지 훈련을 떠나 본격적으로 빙판을 지칠 계획이다. 90년대 초반 전 감독 밑에서 세계 정상에 섰던 두 코치지만 88년부터 15년동안 금메달만 11개를 일궈낸 전 감독의 성과가 워낙 컸던 탓에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전 감독에게서 배운 지도 노하우가 있는데다 은퇴 뒤 지도자 수업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에 동계종목 유일의 금밭이라는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92년알베르빌올림픽과 94년릴레함메르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김기훈 코치는 지난 98년 공식 은퇴한 뒤 국가대표 상비군과 주니어대표를 이끌었고 94년대회 계주 금메달 멤버였던 이준호 코치는 지난 2월까지 프랑스대표팀을 지도했다. 두 코치는 훈련할 때는 전 감독 못지 않은 강훈을 시킬 작정이지만 훈련 이외의 시간에는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주며 삼촌같은 친근함도 함께 지니겠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선수 시절의 라이벌 의식이 남녀팀의 경쟁 관계로 그대로 이어져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레기도 하고 책임감도 크다"는 김 코치는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고 이 코치도 "훈련 시작이 다소 늦어 걱정이지만 김 코치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열심히 하면 쇼트트랙 강국의 명예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