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로 다년계약을 체결해 관심을 끌었던 박찬호(29)가 부상과 부진속에 최악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지난 6일 볼티모어전을 끝으로 박찬호가 받아든 전반기 성적표는 `5년간 6천500만달러'라는 거액의 몸값을 받은 투수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혹하다. 시즌 초반 허벅지 부상으로 41일간 1군에서 제외됐던 박찬호가 총 11경기 선발등판에서 거둔 성적은 고작 3승5패에 방어율 8.01. 이중 승패와 관계없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내 3실점 이내 호투)를 한 것은 지난 달 24일 피츠버그전(6이닝 2실점) 단 한 차례 밖에 없다. LA 다저스에서 뛰던 지난 해 선발로테이션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등판한 35경기중 2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했던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이다. 더욱이 지난 해 원정보다 홈구장(다저스스타디움)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박찬호는 올 해에는 6차례의 홈경기(알링턴볼파크)에서 매 경기 홈런을 두들겨 맞으며 2승3패로 저조, 홈구장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 6일 애틀랜타전에서는 1⅓이닝을 홈런 1방 등 8안타로 9실점해 데뷔후 최악의 투구를 하는 오점을 남겼고 팀 타선이 초반 점수를 뽑아줘 리드를 잡은상태에서도 대량실점해 경기를 망친 경기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박찬호는 잇단 실망스런 투구로 현지 언론의 집중질타를 받자 지난 달 초 머리를 짧게 깎고 심기일전했지만 이후 5차례의 등판에서도 1승(1패)를 올리는데 그쳐 `삭발투혼'도 무위에 그쳤다. 이런 부진은 박찬호 자신이 자초했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박찬호는 정규시즌 개막을 5일 앞둔 지난 3월 28일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갑작스런 허벅지 근육통을 일으켜 3회를 못넘기고 강판됐다. 하지만 박찬호는 부상 부위를 붕대로 감싼 채 4월 2일 오클랜드와의 개막전 등판을 강행했고 이는 오히려 부상을 키워 그날 경기에서 패전의 멍에를 쓴 채 곧바로부상자명단에 올라야 했다. 40여일 넘게 재활에 매달렸던 박찬호는 5월 13일 디트로이트전에서 시즌 첫 승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부상 후유증 탓으로 구속 저하에 제구력 난조까지 겹쳐 이후 경기에서 거푸 난타를 당하며 허망하게 무너지기 일쑤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대가를 고스란히 부진한 성적으로 돌려받게 된 것이다. 박찬호는 급기야 오스카 아코스타 전 투수코치의 지도로 체력 부담을 줄인 간결한 형태의 투구폼으로 교정했지만 이것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와 함께 지명타자제를 실시하는 아메리칸리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도박찬호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박찬호는 지난 해 내셔널리그에서 투수가 타석에 오를때 쉬어갈 수 있었지만 강타자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하위타선에 두들겨맞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8, 9번의 피안타율이 0.429와 0.500으로 중심타선인 3, 4, 5번의 0.053, 0.412,0.375보다 휠씬 높을 것을 봐도 하위타선에 집중 난타를 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저스 시절 맏형처럼 돌봐줬던 오렐 허샤이저가 투수코치로 부임한 후 박찬호가 심리적 안정을 찾으며 투구내용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허샤이저 부임 다음날 인 지난 달 24일 박찬호는 올 시즌 첫 퀄리트스타트를 기록했고 29일 휴스턴전에서도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시즌 최다이닝(7⅔)과 최다 투구수(122개)를 소화해내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의 올스타 휴식기를 보낸 뒤 오는 12일 미네소타전에 팀의 제1선발로 다시 마운드에 서게 되는 박찬호. 올 시즌 전반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박찬호가 후반기들어 제 기량을 되찾으며 기사회생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