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가(家)의 자매가 또 한번 메이저 테니스대회결승에서 격돌하게 됐다. 약 한달 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만났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동생 세레나윌리엄스가 또 한번 자매끼리의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된 것. 톱시드 비너스는 5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윔블던(총상금 1천286만달러)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쥐스틴 에넹(벨기에)을 2-0(6-3 6-2)으로 가볍게 따돌렸다. 2번시드 세레나도 아멜리 모레스모(프랑스)를 단 55분만에 2-0(6-2 6-1)으로 간단히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들 자매는 큰 키와 힘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앤발리'를 앞세워 상대를 '어린애 손목 꺾듯' 압도해 당분간 윌리엄스 자매의 시대가 계속되리라는 예상을 낳았다. 최근 10개월 동안 열린 메이저대회에서 3번째이자 2회 연속 윌리엄스 자매의 결승 대결. 윔블던 결승에서 자매가 만나는 것도 1884년 모드 왓슨이 결승에서 릴리안 왓슨을 물리친 이후 무려 118년만이다. 상대 전적에서 언니인 비너스가 5승3패로 앞선 가운데 만약 비너스가 우승한다면 슈테피 그라프(91-93년. 독일) 이후 9년만에 3연패를 달성하는 선수로 기록된다. 반면 이번 결승 진출로 언니 비너스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를 보장받아놓은 세레나가 또 이긴다면 메이저대회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2000년, 2001년 연속 우승한 비너스는 윔블던에서 20연승의 무적 행진을 구가하고 있으며, 올 들어 전성기를 맞은 세레나 역시 이번 대회 들어 단 1세트도 내주지않고 결승까지 진출, 불꽃 튀는 접전이 기대된다. 세레나는 "잔디코트에서 언니는 무적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경기를 즐기겠지만잘 싸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한편 계속된 비 때문에 일정이 밀리면서 대회 본부는 이날 여자단식 준결승 2경기, 남자단식 8강전 4경기를 한꺼번에 치르는 고육책을 썼지만 역시 비가 내리면서첫 경기가 예정 시간보다 늦게 시작돼 진행에 애를 먹었다. 남자단식 준결승은 톱시드 레이튼 휴이트(호주)와 영국 선수로는 1936년 프레디페리 이후 66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팀 헨만의 격돌과 함께 하비에르 말리세(벨기에)와 다비드 날바디안(아르헨티나)의 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톱시드 휴이트는 무려 3시간51분간의 접전 끝에 스엥 슈할켄(네덜란드)를 3-2(6-2 6-2 6-7 1-6 7-5)로 가까스로 따돌렸고, 헨만은 안드레 사(브라질)를 3-1(6-3 5-7 6-4 6-3)로 꺾었다. 세계랭킹 1위이지만 한번도 윔블던 4강을 밟아보지 못했던 휴이트와 클레이코트에 강한 슈할켄은 모두 베이스라인을 지키며 1점을 따기 위해 이따금 30개 이상의스트로크를 주고 받는 등 인내심의 싸움을 펼쳤다. 특히 휴이트는 두 세트를 가볍게 따내고도 3세트에서 무려 4개의 매치포인트를놓치면서 타이브레이크까지 끌려간 끝에 진 뒤 4세트를 쉽게 내주는 등 마무리 능력부족으로 하마터면 패할 뻔 했다. 말리세는 96년 챔피언으로 재기를 노리던 리하르트 크라이첵(네덜란드)을 3-2(6-1 4-6 6-2 3-6 9-7)로, 날바디안은 니콜라스 라펜티(에콰도르)를 역시 3-2(6-4 6-44-6 4-6 6-4)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말리세와 날바디안은 윔블던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벨기에와 아르헨티나 선수로 나란히 기록됐으며, 남미 선수가 윔블던 준결승에 오른 것도 1959년 알렉스 올메도 이후 처음이다. (윔블던 AP.AFP=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