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용한 무당을 불러다 '살풀이 굿'을 했다. 그런데 신통한 것은 백약이 무효로 시름시름 앓으며 다 죽어가던 처녀가 기를 회복하고 소생하는 일이 흔했다. 무당이 펄럭이는 자리에는 기(氣)가 회돌이쳐서 악귀(?)가 물러갔던 것이다. 이를 필자가 풀이한다면 '무당의 강한 기가 환자의 몸 속에서 냉기(冷氣)를 뽑아내 스스로 자생력이 생긴 것'이라고 하겠다. 춤사위에서 흐느적거리는 몸과 머리,덩실대는 양팔과 양다리가 가는 듯 멈추고,멈추듯 잽싸게 흐르는 동작은 오랜 연습과 정신통일 없이는 되지 않는다. 이렇게 느린 동작에도 불구하고 춤꾼의 얼굴과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한국 전통무용이나 살풀이 굿은 대단한 기수련 동작이다. 골퍼들의 '핸디캡 귀신'은 병은 확실한데 의술로는 못 고치는 병이다. 이는 살풀이 굿을 해야 쫓아낼 수 있다. 골프에서 천천히 하는 백스윙과 임팩트 때의 스피드는 살풀이 굿의 동작 그대로다. 자신이 스스로 무당이라고 상상하고 스윙을 한다면 이것이 곧 살풀이 굿이 된다. 이때 핸디캡 귀신은 물러가게 된다. 지금은 '퓨전'(fusion)이 대유행이다. 정명훈씨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공연한 오케스트라가 서양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이제 골프도 퓨전이 도입돼야 우승할 수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서양의 기술이론에다 동양의 기를 접목시키면 돌연 스코어가 좋아지게 된다. 즉 '기골프'를 하는 것이다. 미국 LPGA투어에서 박세리와 맞수인 애니카 소렌스탐은 동계훈련 때 태권도와 요가를 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녀는 모르고 했겠지만 태권도는 살풀이 춤을 육체적 방어와 공격에 적용한 것이다. 소렌스탐도 살풀이 굿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골프에서 '백스윙은 천천히,그리고 톱에서의 멈춤'은 핸디캡 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살풀이 스윙인 것이다. 살풀이 굿을 가만히 분석해 보면 느린 동작과 멈춤,빠른 동작과 멈춤이 교차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태극권 기공수련이 느린 동작과 빠른 동작으로 돼 있지만 동작마다 멈춤이 있는 것과 같다. 골프스윙도 반드시 멈춤이 있어야 살풀이 춤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미국 시니어PGA투어 선수 중 밥 머피를 보자. 키는 작고 배가 나와 몸이 찐빵처럼 부풀어 오른 듯한 비만형에 걸음걸이조차 팔십 노인처럼 갑갑하기 그지 없다. 프로골퍼로는 부적격일 것 같은 그가 시니어투어에서 몇 번씩 우승하는 비결은 바로 그의 '살풀이 스윙'에 숨어 있다. 그는 천천히 올라간 백스윙 정점에서 언제 내려오나 싶을 정도로 확실히 멈추었다가 다운 스윙을 시작하는데 그의 볼은 신기할 정도로 페어웨이와 그린에 착착 달라붙는다. 멈춤에서 기가 서리고 핸디캡 귀신도 물러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한양대 디지털경영학부 교수 chungkiihn@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