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30일 열린 한일월드컵축구 결승에서 브라질이 독일을 꺾고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골을 혼자서 몰아넣은 '불세출의 스타' 호나우두였다는 것은 경기를 보지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 그러나 최후방에서 상대의 맹공을 온몸을 던져 막아낸 골키퍼 마르쿠스(29.팔메이라스)의 선방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찬란하게 빛나는 FIFA컵을 독일에 넘겨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르쿠스는 이날 동물적인 감각과 뛰어난 판단력을 바탕으로 수 차례의 결정적인 실점 기회를 막아내는 등 독일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봉쇄, 2-0 완승의 또 하나의주역이 됐다. 그것도 최고의 골키퍼를 상징하는 야신상을 품에 안은 상대 수문장 올리버 칸이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주목받지 못해왔던 그의 활약은 더욱 빛날 수 밖에 없었다. 전반 초반 득점왕 후보였던 미로슬라프 클로세의 문전 앞 슈팅을 멋지게 걷어내면서부터 그의 신들린 듯한 선방은 시작됐다. 이후 독일이 주도권을 쥐고 나간 전반부에서 몇차례의 슈팅을 차분하게 잡아내브라질 수비에 안정을 더하던 그는 후반 3분 노이빌레의 총알같은 프리킥을 몸을 날려 쳐냈고, 약 10분 뒤 문전 바로 앞에서 다시 찬스를 잡은 노이빌레의 시도를 무력화시켰다. 그의 선방이 계속되는 동안 브라질은 호나우두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고, 클로세와 교체돼 들어온 노장 올리버 비어호프가 오른쪽으로 노려찬공을 막아내는 등 마지막까지 추호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골키퍼의 힘으로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말까지도 나왔던 독일을 상대로 '약한 고리는 언제나 골키퍼'라는 평가를 받았던 브라질이 오히려 그 반대의 양상을 보이며우승컵을 거머쥔 셈이다. 93년 브라질리그 팔메이라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마르쿠스는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해인 99년에 국가대표로까지 선발돼 코파아메리카컵 우승을 이끈 대기만성형 스타.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직접 AC밀란에서 모셔온디다를 제치고 주전으로 나서 지역예선 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실점을 기록하는 안정된 방어력을 선보였다. 본선에서도 이날까지 7경기에 출장, 단 4골만을 내주는 뛰어난 활약을 펼쳐 수비가 최대의 약점이라는 브라질의 수호신으로 우뚝 섰다. 이번 대회에서 18골을 폭죽처럼 터뜨린 브라질이지만 전 경기를 통틀어 4점 밖에 내주지 않았기에 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 193㎝, 88㎏의 큰 체구를 바탕으로 수비 범위가 매우 넓은 마르쿠스는 특히 판단력이 뛰어난 '두뇌형 골키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