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삑, 삐이익! 브라질의 우승을 알리는 결승전의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리자 요코하마국제경기장은 일제히 "우아와"하며 환호하는 7만여 관중의 함성에 질려 한동안 숨이 멎은 듯했다. 후반 막판 교체돼 벤치에 있던 호나우두는 피에르루이기 콜리나(이탈리아) 주심의 마지막 휘슬 소리를 듣고는 4년전 패배와 오랜 부상으로 쌓인 설움에 감정이 북받쳐오른 듯 그만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3회 연속 결승에 올라 2차례나 FIFA컵에 키스한 주장 카푸도 그라운드에서 한동안 길을 잃고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조국에 5번째 우승컵을 안긴 `삼바전사'들은 신들린 개인기 만큼이나 우승 세리머니도 독특했다. 독일의 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낸 골키퍼 마르쿠스는 골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두 팔을 든 특유의 자세로 마지막 감사의 기도를 올렸고, 온갖 비난 속에서 묵묵히수비라인을 지켜온 루시우와 에드미우손은 잔디에 엎드려 오래도록 기도하며 일어날줄 몰랐다. 브라질과 우승 감격을 함께하던 경기장 분위기는 주장 카푸가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서 우승컵을 높이 들어올리자 마침내 절정에 올랐다. 삼바군단이 승리의 포효를 하는 사이 하늘에서는 수천만 마리의 종이학이 날리며 가랑비가 내리는 밤하늘을 수놓았고, 7만 관중은 삼바축제의 흥에 겨워 자리를뜨지 못했다. 그러나 호나우두의 연속골을 맞고 정상 문턱에서 좌초한 `전차군단'은 패배의허무함에 넋을 잃고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히바우두의 중거리슛을 잡다 놓쳐 뼈아픈 선제 결승골을 헌납한 골키퍼 올리버칸은 골문에 기대어 선 채 고개를 떨궈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환희와 감동의 드라마를 인류에 선사한 2002한일월드컵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승자의 감격과 패자의 눈물을 함께 품에 안으며 소리없이 흘러갔다. (요코하마=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