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긴 광휘를 뿜으며 막을 내렸다. 한 달간 녹색 그라운드를 달궜던 월드컵의 별들도 함께 졌다.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지네딘 지단(프랑스), 황금발의 사나이 피구(포르투갈), 수케르(크로아티아). 그러나 별은 언제나 지고 뜨는 법. 월드컵의 역사는 그들을 배웅하고 새 별들을 잉태하고 있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 브라질의 호나우디뉴, 세네갈의 엘 하지 디우프는 이번 대회에서 떠오른 샛별들이다. 미로슬라프 클로제(26.카이저슬라우테른) =전차군단 독일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예선전에서 헤딩골로 월드컵 사상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는 이후에도 두 골을 더 머리로 뽑아내 '골든헤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탁월한 위치선정과 공중볼다툼에 능한 그는 한국과의 준결승전 부상으로 화려한 고공쇼를 일단 접어야 했지만 출장자체만으로도 상대팀이 수비전략을 다시 짜야 할 만큼 골결정력은 가공할 만하다. 호나우디뉴(22.파리생제르맹) =야수와 같은 드리블과 현란한 패스워크, 정교한 프리킥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호나우두 히바우두와 함께 브라질 공격의 핵 '3R'로 활약한 그는 이번대회를 통해 '작은 호나우두'라는 닉네임을 완전히 벗었다. 브라질의 주득점포로 화려하게 떠오른 것. 그의 혜성 같은 등장은 사실상 지난 97년 이집트에서 열린 FIFA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부터 예견됐었다. 그는 당시 득점왕을 거머쥐면서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엘 하지 디우프(21.랑스) =이번 대회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도 수많은 언론과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점은 그의 카리스마를 증명케 한다. 천부적인 감각과 탁월한 스피드를 뿜어내며 세계 최강 프랑스를 격침시킨 것은 물론 조국 세네갈의 8강 진출을 견인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수비수의 허를 찌르는 성숙한 드리블로 항상 상대 선수 2~3명을 달고 다녔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