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축구의 성과를 바라보는 일본측 표정에는 만족과 부러움이 교차하고 있다.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환호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대회 후반은 한국팀의 승승장구와 더불어 세계의 이목이 온통 서울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국을 월드컵 뉴스의 초점으로 부각시킨 것은 일본 언론도 다를 바 없었다. 한국의 쾌거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열기는 한국팀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호를 연파하고 신화창조의 페달을 세게 밟아댈수록 급속도로 고조됐다. 월드컵축구 시청률 베스트 10중 4강전의 한국-독일 경기가 48.3%로 4위에 오른 사실이 일본의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때문에 일부 일본언론은 일본이 공동개최국이면서도 들러리 역할에 그쳤다는 투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스포츠 외교와 경제, 민간교류 등에서 막대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결승에 진출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공동개최국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를 요코하마 경기장에 초청, 스포츠외교의 개가를 올리는데 성공했다. 영국 바이롬사의 실책으로 해외판매 입장권이 대량으로 남아돌게 된 상황에서도 일본은 예선리그 24개 시합에서만 1백5만4백46명의 국내외 관객을 유치, 한국의 91만9천3백명보다 13만여명 많았다. 일본을 찾은 외국 응원단은 영국 8천5백여명, 멕시코와 아일랜드가 각각 약 8천명 등 많은 외국인들이 방일, 관광효과도 적잖았다. 고가의 대형TV가 불티나게 팔리고 스포츠용품과 식음료 판매가 급증, 소비심리가 살아난 것도 월드컵의 또 다른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월드컵을 통해 일본이 얻은 최대 효과중 하나는 공동개최국 한국과의 우호증진 및 이를 통한 신시대 개막이다. 한.일 양국은 1일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며 문서합의와 별개로 민간부문의 교류는 훨씬 깊고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 확실하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대회기간중 한국이 아시아의 기수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한국팀의 시합이 있는 날이면 일본인들도 태극기를 들고 함께 응원에 참가하는 등 한.일 양국간 감정의 벽이 허물어지기도 했다. 대회를 개최한 사이타마 등 10개 지자체는 경기장 건설에 따른 후유증으로 연간 3억엔 이상의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