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동서 통합 후 첫번째 월드컵 우승에대한 기대감으로 들끓어오르고 있다. 독일이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고전할 때만 해도 국내 축구팬들의 반응은 냉담함을 넘어 일종의 자조적이기까지 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독일과 브라질의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결승전이 열리는 30일 오전 독일전체가 우승에 대한 흥분과 기대로 가득찼다고 독일 언론들은 일제히 전하고 있다. 전국에서 300만명이 TV를 통해 결승전을 시청할 것으로 추산되며 수백만명의 군중이 거리 곳곳에서 대형 화면으로 경기를 보며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또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라는 새 별명을 얻은 골키퍼 올리버 칸을 형상화한티셔츠와 깃발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했다. 실제로 게르만 민족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은 서독과 동독이 통합되기 전인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서독이 정상에 오른 것이 마지막. 따라서 이번에 독일이 우승한다면 통일 후 첫 우승이자 게르만민족으로서 통산4번째 FIFA컵을 안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베를린장벽이 허물어진 지 12년째를 맞는 독일 국민의 가슴은 한껏 부풀어오른 상태다. 특히 통산 4번째 우승이 실현되면 브라질과 함께 월드컵 최다우승국의 반열에오르게 돼 독일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동서 통일 이후 골칫 거리가 돼온 지역 감정과 좌우의 대립을 해소하고 사회 통합을 이뤄내는 견인차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9월 유럽예선에서 '전차군단'이 잉글랜드에 1-5로 박살났을 때 독일 국민사이에서는 예선통과도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지만,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결과에서 국민의 54.2%가 독일이 브라질을 꺾고 우승할 것이라는 달라진 의견을 나타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독일 선수들은 바보들의 국가대표였지만 오늘 그들은 루디 (감독)의 영웅들로 우뚝 섰다"라는 격문이 전국에 나돌고 있을 정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그들이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이미 월드컵의 영웅임이 분명하다"라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