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낸 에메 자케 전 감독은 "한국을 잊지 못할 것"이며 "좋은 선수와 경기를 보여준 이번 월드컵을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축구연맹(FFF) 기술위원인 그는 29일자 르몽드지에 기고한 '나는 기억한다'(Je me souviens…)라는 칼럼에서 한국과 이번 월드컵 대회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 기간에 한국에 머무르며 체험했던 전원 풍경, 역동적인 경제, 국민의 친절과 자부심, 절과 시장 등에서 몸소 겪었던 추억 등을 회상했다. 특히 전례 없는 응원 열기 속에서도 폭력사태가 없었고 상대팀 국가에 야유를 보내지 않는 한국 관중의 응원에서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지. 이번 일요일이면 월드컵 대회가 끝난다. 나는 벌써부터 회상에 젖는다. 물론 프랑스팀이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프랑스 축구팬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월드컵도 망쳐졌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이번 대회에서 받은 좋은 인상들을 방해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라, 한국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농촌마을, 논물에 무릎을 담근 채 부지런히 일하는 아낙들, 생업에 열심인 시장 상인들이 기억난다. 거대한 배들이 정박해 있고 끊임없이 새 차를 생산해내는 울산 공장들, 친절한 시민들이 떠오른다. 나처럼 한두 개 영어단어밖에 모르면서도 외국인과 대화할 때 한국인들이 보이던 자부심, 서울 산 위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말해주던 절간 승려, 허름한 탁자에서 생선을 나눠 먹으며 함께 축구를 토론했던 부산의 어부들을 잊지 못한다. 한국의 역사를 말해 주던 개막식, 개막경기에서 세네갈에 패했던 프랑스가 기억난다. 한국-폴란드전 때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분위기, 온통 붉은 옷을 입고 쉴새없이 손뼉치던 한국 축구팬들, 폴란드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하지 않던 그들이 떠오른다. 훌륭한 연습장과 대형 화면, 경기장에 바짝 붙은 관중석을 겸비한 환상적인 축구장들, 내가 구두를 신고 흠집을 낸 것이 부끄러웠던 멋진 경기장 잔디를 잊을 수 없다. 대회 내내 사소한 폭력사태도 없이 평화로웠던 분위기가 가슴 속에 남아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야구경기도 구경했다. 아직까지 축구가 야구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했다면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좋은 경기들이었고 멋진 선수들이었다. 아름다웠던 이번 대회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