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고향 파르세펠츠에서는 지난 29일 한.일 월드컵 축제가 열렸다. 이곳 주민들에겐 2002 월드컵 폐막일이 30일이 아니라 한국-터키전이 끝난 29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곳에서는 경기종료 직후 주민과 네덜란드 거주 한국 응원객 수십명이 함께 어울려 응원을 마친 뒤 마을밴드의 연주를 시작으로 월드컵폐막 기념축제를 벌였다. 주민들은 지난 한달동안 한국식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기가 있는 날 주민들은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고 마을카페에 모여 한국 선전을 기원했다. 마을 선술집은 입구에 태극기와 함께 한국어로 적힌 '우리는 히딩크를 사랑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히딩크 고향에서 한국전 응원을 하려는 베네룩스 3국 거주 한국교민들의 방문이 늘자 현지 식당과 카페는 한국어로 준비된 메뉴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파르세펠츠시는 조만간 한국인을 위한 관광 안내소도 만들 예정이다. 시내 한 꽃가게에선 히딩크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집앞 뜰 모래를 한 봉지에 2유로(약 2천4백원)씩 판매하고 있다. 네덜란드 동부쪽 고속도로 주유소에도 히딩크 기념품이 선보였다. 젊은 히딩크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사진을 확대한 포스터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한-독전이 열린날 삼성전자 네덜란드법인 직원 20여명은 히딩크 감독의 부모가 살고 있는 파르세펠츠를 찾아 대형TV를 설치하고 현지주민들과 함께 응원전을 벌였다. 네덜란드는 월드컵개막 직후부터 태극전사를 마치 자국 대표팀처럼 열렬히 응원했다. 네덜란드의 한국사랑은 당초 대리만족으로 시작됐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자국인 히딩크 감독과 태극전사가 대신해 주니 한국팀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이 강호들을 차례로 무너뜨리자 한국사랑으로 승화됐다. 이제 네덜란드에서도 태극전사를 내세우면 통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최근 네덜란드 최대 금융그룹 ING은행이 기업이미지 광고에 히딩크 감독과 한국 축구대표팀을 등장시킨 것은 이같은 정서의 반영이다. 이 광고는 한국 대표팀의 선전으로 히딩크 감독이 잠을 잘 잔다는 내용이다. 요즘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행하는 음악은 80년대 히트곡 '거스 콤 노아르 후스'다. '거스 이제 집으로 와라'는 뜻의 이 노래는 히딩크 감독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거스'라는 이름과 조국으로 돌아와 달라는 네덜란드인들의 염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