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터키와의 3-4위전을 끝으로 축구대표팀의 한일월드컵 일정이 모두 끝난 가운데 거스 히딩크 감독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일약 세계 4강에 이끌며 국민적 영웅이 된 히딩크감독은 일단 29일자로 한국팀과의 계약은 만료된 가운데 대표팀 감독으로 계속 남느냐, 아니면 해외 다른 클럽 또는 대표팀을 맡게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상황을 종합해 보면 히딩크 감독은 지난 24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대표팀 감독 유임요청을 받았으며 80년대 후반 감독으로서 성공시대를 열었던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으로부터 이미 월드컵 개막이전에 영입제의를 받아 놓은 상태. 선택권을 쥐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일단 유럽의 클럽팀 지휘봉을 잡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월드컵 기간 중 진로와 관련해 쏟아진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히딩크 감독은 29일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최근 6개월간 매일 선수들을 가르칠 수있었다는데 만족하며 앞으로도 이런식으로 '매일' 그라운드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뒤 "그것은 클럽팀일수도 있다(could be)"고 부언했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준비기간 "한국대표팀에서는 선수 소집에 구애받지 않고 클럽처럼 지휘할 수 있었다"고 수차례 말했던 것을 볼 때 일단은 매일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클럽팀에 마음을 두고 있음을 슬며시 시사한 셈. 하지만 최근까지 히딩크 감독이 선호하는 잉글랜드, 스페인 리그의 팀이 적극적으로 영입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는데다 히딩크가 유럽 정상권에서 멀어진 PSV에인트호벤에 만족할 지도 미지수여서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만약 만족할 만한 클럽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대표팀에 남게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에서 축구협회의 공식 유임제의와 관련, "생각해 보겠다"며 "나에 대한 (축구협회측의) 바람이 있다면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도있다"고 말해 잔류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한국이 내 마음을 빼앗아 갔다"고 말하기도 했던 히딩크는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만족감을 표해왔던데다 자신이 발굴해서 키운 선수들이 한창 발전할 나이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팀에 미련이 남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 4강에 진출한 마당에 한국에서 더 이상의 개인적인 성취동기를 느끼기 힘든데다 축구협회가 별다른 대형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그를 잡아두기 위해 `4강 감독'에 맞는 메가톤급 대우를 해 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최근 포르투갈대표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지만 "매일 그라운드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히딩크 감독의 희망사항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대표팀 감독을 맡게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경주=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