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를..." 2002 한ㆍ일 월드컵 한국지역 마지막 경기인 한국과 터키의 3ㆍ4위전이 29일 오후 대구에서 열려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시민들은 이날 경기의 승패를 떠나 지난 1개월여간 국민을 울고 웃게하며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룩한 우리 대표팀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면서 혈맹 국가인 터키와 좋은 경기를 선보여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기원했다. 이에 따라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될 대구는 이른 아침부터 축제와 인류화합의 장으로 변했다. ◆인류 화합의 장 이뤄 유종의 미를= 대구시와 각종 단체들은 혈맹 국가인 터키가 3ㆍ4위전에 참가함에 따라 기존의 서포터즈를 활용해 터키 서포터즈를 구성, 월드컵을 화합과 우애의 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월드컵경기장 서편의 주변문화행사장에서는 터키 선수들을 환영하는 축하.댄스.응원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또 터키 국기와 태극기를 1천장씩 시내 달구벌대로와 범안로, 월드컵로 등에 게양했고 터키와 한국의 수기 5천장씩도 제작해 경기 입장객들에게 배부한다. 수성구 자연과학고와 월드컵경기장 사이의 2㎞ 구간에 시민홍보단과 서포터즈, 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축화 한마당을 연다. 패션도시 대구를 깃발로 표현하기 위해 202m의 화합을 의미하는 천을 중심으로 참가 국기와 국제축구연맹(FIFA)기, 페어플레이(Fair Play)기 등을 들고 행진한다. 시는 또 경기 종료 후에는 폭죽 1천발도 쏠 예정이다. 이번 경기는 독일 요한네스 라우 대통령 부부와 엘살바도르의 A.F 응고 대사 부부,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등이 지켜보며 인류 화합을 기원하게 된다. 세련된 매너와 통일된 움직임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 악마들도 이번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대형 태극기와 한반도기, 각종 응원 현수막 등을 총동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속속 대구에 집결, 이날 경기 중 선보일 카드섹션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지난 1개월여간 쏟아부은 열정을 되돌아보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한번 달아오른 달구벌= 열전의 현장인 대구월드컵경기장에는 인터넷으로 표를 매입한 축구팬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배정받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몰리기 시작, 오전 10시 현재 1천500여명이 운집하는 등 아침부터 달구벌이 축구 열기로 다시 한번 후끈 달아올랐다. 대구국제공항과 동대구역, 대구고속버스 터미널 등 대구의 관문들도 태극전사들의 마지막 경기를 관전하려는 전국의 축구팬들로 아침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오전 6시 서울발 첫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오전 10시께 동대구역에 도착한 축구팬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동대구역 광장에 집결, 버스 등을 타고 온 '붉은 악마'들과 함께 간단히 점심 등을 해결한 뒤 대구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경기장에 도착한 뒤 경기장 서편 수변관 주변에 모여 응원연습을 하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시민들도 사상 유례없는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가 주목하는 대망의 월드컵 3ㆍ4위전까지 올라온 우리 대표팀의 그동안의 경기 내용을 거론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두류공원 야구장,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대구전시컨벤션센터 등 길거리 응원장에도 미리부터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열성 축구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붉은색 티셔츠에 붉은색 두건과 머플러 등을 착용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3.4위전 경기 결과를 전망하고 이번 월드컵을 뒤돌아보는 등 이야기꽃을 피웠다. 친구들과 함께 일찌감치 두류공원 야구장을 찾은 한 대학생은 "길거리 응원을 언제 또 해볼 수 있을 지 기약이 없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다"면서 "먼 훗날에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힘차게 응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성로 등 대구 중심가에는 한국팀의 3.4위전 승리와 월드컵의 성공적인 마무리, 혈맹 관계인 터키의 대표팀에 대한 환영 등의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고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등 응원가와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87년 6월 항쟁 당시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는 문성모(34.회사원.대구시 수성구)씨는 "15년 전 오늘, 6.29 선언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의 작은 희망을 발견했듯이 오늘 월드컵 3.4위전은 한국축구 발전의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날 오후 전세계가 주목하는 한-터키전에 앞서 양국 선수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나란히 입장하게 될 대구 침산초등학교 축구부원 22명도 이른 아침부터 들뜬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이밖에도 대구 달서구청 공무원 800여명이 이날 오전부터 한국팀의 4강 신화 달성을 축하하고 3.4위전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며 붉은색 티셔츠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도심 전체가 다시 한번 붉은색과 태극기의 물결로 뒤덮였다. 이날 한국팀 경기를 보기 위해 대구를 찾은 최재혁(28.학생.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한국에서 마지막 경기인 만큼 한국팀의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사고 없이= 대구와 경북지방경찰청도 우리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이어 8강과 4강 진출 신화를 이루는 등 돌풍을 일으킨 지난 1개월여간의 비상 경계근무를 되돌아보며 마지막까지 각종 사건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후 경기가 시작되면 대구.경북지역 곳곳에 마련된 32개소의 길거리 응원장에 35만여명이 운집할 것으로 추산, 1천7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대구와 경북도 소방본부도 2천여명의 소방 및 구조 구급 인력과 헬기 3대 등을 만약의 사태에 대비, 비상 대기시켰다. 육군 50사단도 한ㆍ미전이 열렸던 지난 10일에 버금가는 인력을 투입, 경기장외곽 경계에 나섰다. (대구=연합뉴스) 박순기 이덕기 김용민 이강일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