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독일과 브라질 사령탑들의 태도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독일의 루디 푀일러 감독은 필승의 의지를 불태우며 `투사'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반면 브라질의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마음을 비운 `선승'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 푀일러 감독은 오는 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벌어질 결승전을 위해 28일 한국을떠나며 "공개할 수는 없지만 브라질을 꺾을 비책이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브라질과 터키의 준결승전을 TV로 시청한 뒤 결승전 전략을 짜기 위해 한숨도못잤다는 말에서 푀일러 감독의 투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푀일러 감독은 "터키가 몇번의 찬스를 만드는 것을 보고 우리도 충분히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브라질에 (수비에서) 너무 많은 틈만 주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를 지었다. "브라질 선수 가운데 독일에 대해 아는 선수가 많이 없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말할 때는 동양의 병서인 `손자병법'을 읽은 듯한 장군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 훈련하는 독일 선수들을 보면 우승을 염원하는 그들의 열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필승의 투지로 뭉친 팀 전체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월드컵 최다 우승 타이 기록과 `독일의 축구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와 같은 관록을 동시에 갖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90년 대회에서 선수로 우승컵에 입을 맞췄던 푀일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우승하면 베켄바워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 정상의 기쁨을 모두 누리게 되고독일은 브라질이 갖고 있는 최다 우승 기록(4회)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스콜라리 감독의 말에서는 `전의'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스콜라리 감독은 같은 날 축구전문 사이트인 원풋볼닷컴(www.onefootball.com)과의 인터뷰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우승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승패에 초연한 듯한 말을 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지역예선 탈락 위기를 극복하고 힘겹게 본선에 진출한 뒤 결승까지 올랐으니 결승전에서 패해도 브라질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며 전략과 각오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또 "준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브라질은 축구에 관한한 경이로운 국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대회를 결산하는 듯한 말까지 해 결전을 앞둔 감독의 모습을 전혀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축구 관계자들은 스콜라리 감독의 이같은 말에 대해 선수들을 짓누르고있는 심리적 부담감을 없애 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반응이다. 브라질은 지난 98년대회 결승전에서 객관적인 전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0-3으로 패했던 아픈 과거가 있고 선수들도 이 경기를 잊고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감독의 상반된 태도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