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상대방이지만 형제국가 아닙니까. 잘 싸웠으니 축하를 받아 마땅합니다" 2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터키와의 3.4위전에서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혈맹관계인 상대방 터키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유난히 많아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양팀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멋진 승부끝에 터키가 3위를 차지하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형제국의 승리를 축하했고, 승부를 뛰어넘어 상대방을 응원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기를 인류 화합과 국민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켰다. 이날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와 관중들은 터키가 한국전쟁때 전투병을 파병했던 혈맹관계임을 감안해 야유나 비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경기시작전 장내 아나운서가 터키 선수들의 명단을 호명하자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환영했다. 대구시와 각 구청들은 2천여명의 터키 서포터즈를 구성해 응원하고 이날을 '터키의 날'로 지정하는 한편 터키국기와 태극기를 각 1천장씩 시내 달구벌대로와 범안로, 월드컵로 등에 게양하고 경기 입장객들에게도 양국 국기 각 5천장을 배포했다. 경기에 앞서 오후 6시 경기장 서편의 주변문화행사장에서는 터키 선수들을 환영하는 축하공연이 열렸으며 경기장 안팎에는 터키 국기를 상징하는 초승달과 별 모양을 얼굴에 그린 관람객들이 많았다. 붉은 악마 대구지회 부회장 김종훈(23.대구카톨릭대 4년)씨는 "4강 진출이 결정됐을때 이미 한국과 터키는 승리한 것"이라면서 "뜨거운 열정으로 4년 뒤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도 두 팀이 나란히 4강 진출을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토무르 바이예르 주한 터키대사는 "오늘 경기는 승패를 떠나 한국과 터키 양국간 우호관계를 더욱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청앞과 광화문 등에 운집한 길거리 응원단들도 3.4위전의 상대가 '특별한 관계'인 터키라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경기내내 태극기와 터키국기를 함께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시청앞 광장에는 응원석 중간에 주최측이 마련한 터키 응원석이 마련됐으며 터키인과 한국인으로 구성된 터키 응원단 500여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대형 터키 국기와 `I Love Turkey'라고 쓰여진 피켓을 흔들며 응원전을 펼쳤다. 대학생 이수인(25)씨는 "우리팀이 졌지만 박진감 있고 재미있는 경기였으며 터키팀 역시 4강에 들만한 실력을 갖춘 팀이었다"며 "양팀 선수들이 보여준 멋진 경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