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이변의 주인공을 가린다. 2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은 탁월한 팀 플레이를 펼치며 4강 신화를 이룩한 주인공들이 맞붙는다는 점에서 결승전 못지 않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한국은 지난 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터키와 가진 국가대표팀간 3차례 경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 이번 경기가 설욕전의 의미도 갖고 있다. 또 터프한 압박 축구를 구사하며 승승장구한 두 팀 가운데 진정한 압박 축구의 지존이 누구인지를 가릴 수 있는 기회다. 이밖에 안정환과 샤슈의 스트라이커 대결,조커들의 활약 여부 등도 관심거리다. ◆48년 전에 진 빚 갚을까=한국이 월드컵에서 터키와 맞붙은 것은 지난 54년 스위스 월드컵이 유일하다. 당시 한국은 터키에 몰매를 맞듯 골을 허용,0-7 참패를 당했다. 61년 이스탄불에서 또 한 번 만났으나 0-1로 졌고 지난 3월 스페인 전지훈련 때 가진 평가전에서는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3위와 4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승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이날 터키를 누르면 48년 만에 빚을 갚는 셈이다. ◆압박 축구의 최강자는 누굴까=두 팀이 파죽지세로 4강에 오르고 4강전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미드필드부터의 강한 압박 덕분이었다.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압박으로 상대의 예봉을 차단하고 기습을 통해 찬스를 얻는 파워축구로 4강 신화를 이룩한 것. 엇비슷한 축구 스타일을 갖고 있는 한국과 터키 중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지켜볼 만하다. ◆안정환과 샤슈 누가 더 셀까=26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위기 때마다 골을 넣어 팀을 4강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다가 어느 각도에서든 슛을 날리는 등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두 선수는 이날 활약 여부에 따라 빅 리그에서 뛰게 될 가능성이 높아 그라운드에 자신의 기량을 모두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관심 끄는 조커 대결=교체 투입된 뒤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고 고비 때 한 방을 날리는 조커의 대결도 볼 만하다. 한국의 조커로는 최태욱과 윤정환,터키는 만시즈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태욱은 빠른 발을 이용,상대 수비진을 휘젓다가 골문 앞에서 날리는 슛이 위협적이다. 1백%의 몸 상태를 보이고 있는 윤정환은 교체 투입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송곳패스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터키의 확실한 조커는 일한 만시즈.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연장전 4분에 골든골을 작렬시켜 터키의 영웅이 됐다. 지난해 터키리그에서 21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오를 만큼 골 결정력이 발군이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